[edaily 김홍기기자] 미국 증시에서 고PER(주당 순이익 배율)주와 저PER주의 PER가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PER만 살펴보고는 어느 업종에 투자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최근호에서 옥석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며 이 와중에서도 가치가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크마크 선별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빌 니그렌은 요즘 시장 상황에 대해 "주가의 배분이 2년 전보다 훨씬 합리적이 됐다"면서 "고평가된 주식은 과거보다 덜 고평가됐고 저평가된 주식은 과거보다 덜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가인 짐 폴슨은 향후 12개월의 순이익 추정치를 비교대상으로 삼은 값 싼 주식(PER가 10이 안되는 주식) 숫자가 2년 전과 비교해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000년 3월에는 PER가 10이 안되는 주식이 103개나 됐지만 지금은 15개에 불과하다는 것.
저PER주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고 평균 PER가 내려간 것은 아니다. 저PER주 숫자가 감소함에 따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의 PER 중간 값은 오히려 15.9에서 20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물론 고PER주의 대명사였던 기술주는 주가가 폭락했지만 순이익 규모가 대폭 감소함에 따라 50이 넘는 PER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투자포인트가 된다. 모멘텀 투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니그렌은 "평균 이하 가격으로 거래되는 평균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거에 장기간 순이익이 꾸준히 성장했었고 강력한 프랜차이즈들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PER가 20에 거의 육박했다고 하더라도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휴렛 패커드와 같은 경우는 PER가 16이지만 현재의 시가총액 580억 달러가 연간 매출 750억 달러보다 적기 때문에 충분히 매수할 가치가 있다는 것. 특히 많은 대형 기술주들은 순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거나 적자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대차대조표를 보면 엄청난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채에 허덕이는 통신기업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
그리고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서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올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폴슨에 따르면 S&P 500 기업중 PER가 가장 낮았던 50개 기업은 5월 초까지 중간값(median) 37%의 수익률을 낳았다. 바로 위의 50개 기업은 67%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동안 가장 PER가 높은 기업들의 중간값 수익률은 마이너스 59.4%였다. 2년 전에 풍미했던 고PER주를 사야 확실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마지막으로 저PER주나 고PER주가 적정 가치를 찾아가면서 향후 주식시장은 열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과 순이익 증가율과 같은 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가치투자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