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Research)메디슨①-신화에서 몰락까지

  • 등록 2002-02-21 오후 12:53:12

    수정 2002-02-21 오후 12:53:12

[edaily] "신화의 종말" "400억 거부가 빚쟁이 전락" "벤처기업 줄도산 서막" "닷컴기업 위기 절정"... 한 벤처기업의 파산을 바라보며 언론들이 뽑아놓은 제목들은 99년 대우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않다. 이 기업의 몰락이 벤처업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주 Credit Research 대상기업은 지난 1월29일자로 최종부도처리된 메디슨이다. 국내 벤처기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메디슨의 부도사태는 일개 기업이 아닌 벤처업계 자체의 몰락을 의미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때 한국 벤처기업 자체를 상징하던 기업이 불과 몇 년사이에 산산히 부서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메디슨 부도는 단순히 한 기업이 자금부족으로 쓰러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벤처 및 관련 산업정책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함을 일깨워줬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2000년5월부터 투자부적격인 BB 등급에 머물렀던 메디슨 회사채 신용등급은 부도 전일과 부도 당일 채무불이행급인 D로 떨어졌다.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밑바닥까지 떨어진 셈. 한때 BBB급을 받을 정도로 채무이행능력을 인정받았던 메디슨의 몰락 원인과 그 과정을 추적해본다. ◆메디슨 : 회사채 D, 기업어음 D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의학분야의 에디슨..투자자 찾지못해 사업가로 변신 메디슨은 1985년 설립된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민화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초음파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과학기술원 재학시절부터 초음파 진단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같은해 초음파영상 진단장치 국산화 개발사업은 과학기술처에 의해 국책연구과제로 선정됐다. 당시 제품상용화를 담당했던 의료기업체가 상용화 계획을 포기하자 이 회장은 사업주체를 찾아다녀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적당한 투자자를 구하지못한 그는 결국 스스로 창업할 것을 결심한다. 메디슨 이승우 사장을 포함한 창립멤버 7명과 함께 이 회장은 자본금 5000만원을 마련, 메디슨을 설립한다. 회사명은 의학분야의 "에디슨"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메디슨으로 지었다. 메디슨은 창업 2개월만인 1985년9월 자체 개발한 초음파 진단기를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 출품했다. 당시 엄청난 혹평을 받아 설립 당시부터 위기에 몰렸지만 연구개발에 매달려 1986년2월 소형 초음파진단기 1호를 서울 녹십자병원에 납품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납품 전 한국기계연구소의 검사에서 무려 40가지나 수정보완 지시를 받았고 설치 후에도 10여 가지를 보완하는 등 난산 끝에 탄생했다. ◇피나는 연구개발로 의료기기 토종화 성공 초창기에 겪은 이같은 어려움은 메디슨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토대가 됐다. 이후 메디슨은 각종 의료기기의 국산화에 성공한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초음파진단기, MRI, X-Ray 기기의 토종화를 이뤄낸 메디슨의 위치는 독보적일 수 밖에 없었다. 1991년 제1회 벤처기업 대상을 수상한 메디슨은 창업 10년만인 1995년12월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2년 후 1997년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한 디지털 초음파 진단기의 매출증가는 회사 수익을 높이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이후 메디슨의 "화려한 나날"이 시작된다. 굴지 대기업도 힘없이 쓰러지던 97년 외환위기 당시 메디슨은 원화가치 하락을 무기로 해외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확장속도는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린다. 1998년만 해도 메디슨은 매출액 1906억원, 순이익 169억원을 달성, 어느 기업 못지않은 성과를 자랑했다. 이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 보유로 이어져 99년8월 메디슨은 순수한 장내 취득을 통해 외국인들이 전체주식의 65%이상을 보유한 첫번째 기업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이민화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마케팅 수완을 발휘해 메디슨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1998년 한글과컴퓨터가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한글과컴퓨터살리기 운동본부장을 맡아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이민화" 란 이름을 깊게 각인시켰다. 그는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차세대 한국경제를 이끌 주역기업, 기업인으로 뽑히며 언론지상을 장식했다. 메디슨 역시 증권전문가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연구개발 집중형 벤처기업의 모델"이니 "세계적인 초음파 의료기기 제조업체"니 당시 메디슨을 칭송한 수많은 미사여구들은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벤처비전 제시한다면서 재벌흉내?..부도 전 지분매각도 이민화 회장은 "벤처연방제"란 새로운 단어를 들고나와 한국 기업의 갈 길을 제시하겠다고 호언했다. 한때 23개의 자회사를 거느렸던 메디슨이 한국 기업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 재벌의 문어발확장, 선단식 경영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부도로 판명됐다. 이 회장은 메디슨 회장 직 외에도 APEC기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위원회 특별위원, 경제사회연구원 민간이사,한국국제협력단 자문위원, 정부 규제개혁위원, 심지어 사법개혁위원까지를 겸직하고 있었다. 그간 그가 누렸던 사회적 명성을 감안할 때 각종 "감투"를 썼으리라는 점은 짐작되지만 이토록 많은 업무를 겸하면서 한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00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유동성 위기와 관련, 줄곧 그는 "메디슨에 유동성 위기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투자회사와 제조업체가 결합한 메디슨의 구조를 시장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벤처 연방제는 재벌기업의 문어발 식 확장과 분명히 다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이 회장을 비롯한 메디슨의 경영진은 부도 전 보유주식을 일부 팔았던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충격을 줬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해명자료를 통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강제로 환수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했다"고 밝혔지만 파장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회장은 부도 3개월 전인 지난해10월~12월 몇 차례에 걸쳐 총 58만8720주의 메디슨 주식을 처분했다. 그는 주당 2380∼3003원에 주식을 장내에서 판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 전일인 1월28일 종가기준 메디슨의 주가는 2700원. 이승우 메디슨 사장도 지난해12월24일 2만5000주를 주당 2355원에 팔았으며 박용헌 메디슨 전 상무는 지난해 6월27일~9월8일 사이에 10만7247주를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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