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도 삼킨 스타벅스, 왜 ‘베트남’에선 쩔쩔매나

  • 등록 2023-08-09 오전 9:59:02

    수정 2023-08-09 오전 9:59:0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커피 강국’ 이탈리아에서도 오픈런 인기를 부른 세계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베트남에서 고전을 겪고 있다.

베트남으로 진출한 미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부진을 겪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보도했다. 사진은 스타벅스의 로고 세이렌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자료를 인용해 “스타벅스는 2022년 베트남의 12억달러(약 1조5661억원) 규모의 커피 시장에서 단 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벅스가 커피 소비량이 많은 베트남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가운데 현지 시장 점유율 2%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이는 종합적인 현지화 전략 실패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베트남 스타벅스에서 미디엄 사이즈 음료는 약 9만 베트남 동(약 4950원)이다. 이는 월 평균 소득이 345달러(약 44만9000원)인 베트남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 속한다.

베트남에서는 길거리에서 언제든지 저렴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베트남 손님들은 길거리 간이 의자는 물론 바닥에 신문지나 매트를 깔고도 커피를 마시는 일이 흔하다.

베트남 스타벅스가 현지 입맛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벅스가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지에서 수확한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한다. 로부스타는 일반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더 많고 향과 쓴맛도 더 강한 편이다.

미국의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수출국인 베트남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베트남 스타벅스에는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베트남 현지 커피숍에선 스타벅스에서 볼 수 없는 모험적인 메뉴들이 많다. 연유, 계란, 요거트 혹은 과일 등 여러 가지를 첨가하거나 섞는 커피를 만드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현지 인기 체인점인 콩커피(Cong Coffee)는 코코넛 크림, 연유, 얼음을 섞어 만든 커피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다만 일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스타벅스 컵이나 텀블러 등 굿즈 모으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으나 이 역시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현재 베트남 내 스타벅스 매장은 92개다. 인구 100만명당 1개 매장 미만인 셈이다. 한국에는 인구 100만명당 36개꼴로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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