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이 솔로몬제도에 30년 만에 상주 공관을 다시 열었다.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새로 개관한 미국대사관.(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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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서 상주 대사관을 열었다. 러셀 코모 대사는 개관식에서 “(대사관은) 솔로몬제도와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나타내는 영원한 상징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민주주의·인권·법치라는 공통 가치를 기반으로 솔로몬제도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동북쪽에 있는 섬나라로 인구는 약 70만명이다. 미국은 솔로몬제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1978년 외교관계를 맺었다. 이후 1988년 상주 대사관을 설치했으나 1993년 이를 폐쇄한다. 냉전 종식으로 미국이 외교 예산을 축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파푸아뉴기니 주재 미국대사관이 솔로몬제도 관련 업무를 겸임했다.
미국이 30년 만에 솔로몬제도에 상주 공관을 설치한 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 때문이다. 솔로몬제도는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고 유사시 이 지역에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당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호주·뉴질랜드가 이번 협정으로 중국이 호주 동해안에서 2000㎞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은 태평양 섬나라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태평양 14개국 정상을 워싱턴DC 백악관으로 초대해 8억1000만달러(약 993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이번 대사관 개관이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란 걸 감추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솔로몬제도에 상주 공관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자유롭고 열려 있으며(free and open) 민주주의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미국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Free and Open Indo-Pacific)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창한 외교 개념이다. 한 미국 관료는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태평양에 군대를 파견하는 건 큰 걱정거리“라고 CNBC에 말했다,
일부 태평양 국가는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는 지난달 중국이 피지에 공안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한 양해각서(MOU)를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일간지 피지타임스에 “우리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사법 제도는(중국과) 다르다. 우리와 시스템이 유사한 국가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예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