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퇴직금 50억인데"…'아빠찬스' 뿔난 2030, 로또에 몰린다

'대장동 의혹' 일파만파…2030 허탈·사회적 박탈감 커져
"로또 두 번 1등해야 받는 50억…5000원에 희망 건다"
전문가 "반복된 논란에 박탈감 ↑…사회 시스템 개선 必"
  • 등록 2021-10-11 오후 5:16:17

    수정 2021-10-11 오후 9:42:52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누구는 6년 직장 다니고 퇴직금이 50억인데…단돈 5000원이라도 당첨되길 바라는 게 너무 허탈하네요.”

최근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의 ‘아빠찬스’ 논란으로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2030 젊은 세대들이 로또 구매 대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평생 열심히 일하며 돈을 모아도 50억원은 허황된 꿈인 만큼 로또 1등 당첨만이 일확천금을 얻는 길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10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의 한 로또 판매점에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최근 대장동 특혜의혹의 한 복판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곽씨가 6년간 대리로 근무한 후 퇴직금(성과급 포함) 50억원을 받은데 이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올해 6월 대장동 아파트 1채를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국 사태’이후 반복되는 ‘아빠찬스’ 논란에 2030젊은 세대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일부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며 로또 구매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로또 판매점 앞에 길게 이어진 ‘로또 구매 행렬’에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 수십명이 눈에 띄었다. 이날 로또를 처음 사본다는 김모(23·여)씨는 “국회의원 아들은 50억 받고 퇴사했다던데 난 평생 일해도 못 벌 것 같다”며 “헛된 희망인 걸 알면서도 꿈자리가 좋아서 사러 왔다”고 말했다. ‘아빠 찬스’에 분노가 치민다는 이모(30)씨는 “요즘 로또 1등 평균 당첨금이 25억~26억원인데 인생에서 두 번 벼락 맞아야 할 돈 아니냐”며 “50억원을 물려 줄 아빠는 없고 월급만으로는 누구처럼 페라리 타고 좋은 집에 살 수도 없어 로또 명당을 찾아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요즘 20대 젊은이들이 로또를 많이 사는 걸 절실히 느낀다”며 “돈 벌기는 힘들고 벌써 ‘한 방’을 노리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10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Z세대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복권판매액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 9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4152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2.9%증가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복권 판매액은 지난 2017년 4조1561억원에서 △2018년 4조3816억원 △2019년 4조7949억원 등 매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 판매액만 2조9394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6조원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빠듯한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서민들과 달리 부모의 도움으로 불공정하게 부를 세습하는 ‘금수저’들에 대한 논란으로 젊은층들의 심리적 이반은 심화되고 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기회의 비대칭·불균형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50억 퇴직금 논란에 대해)젊은 층은 ‘조국 사태’까지 떠올리면서 박탈감이 더 커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지난 보궐선거 당시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치적 효능감을 거두고 그 결과 우리 사회가 청년층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번 대장동 특혜의혹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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