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펜트업 수요’ 끝물 해법은…LG '프리미엄'·삼성 '틈새공략'

작년에 폭발한 수요…올 하반기엔 주춤
재택근무·원격수업 내구재 구매 마무리
코로나 장기화…불확실한 미래 대비도
수요 주춤에 가전업계 각기 다른 전략
  • 등록 2021-08-08 오후 6:06:55

    수정 2021-08-08 오후 9:11:45

LG전자 프리미엄 청소기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 (사진=LG전자)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가전 분야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야외활동이 늘어나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히려 소비를 줄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가전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호황세가 꺾일까 우려하며 향후 전략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조사업체 옴니아는 올해 세계 TV 총 판매량이 액정화면(LCD)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합해 2억2305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2억2547만대를 소폭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상반기 TV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그러다 하반기 들어 보복소비가 본격화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연간 판매량으로는 2019년 2억2291만대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정부에서 각종 환급제도를 통해 가전제품 소비 확산에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소비효율이 1등급인 제품을 사면 정부가 ‘나랏돈’으로 10% 환급하는 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 같은 펜트업 수요는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주춤하는 기류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에 필요한 내구재 구매가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구재 소비증가는 과거에 미뤄졌던 소비가 재개되기보다는 미래 소비가 당겨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예정된 소비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국 등을 중심으로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다시 야외활동이 늘어나면 내구재 소비는 잦아들 수 있다.

여기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고 소득 및 고용여건 개선이 지연되면서 가계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여력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의 경우 여전히 펜트업 수요가 강해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기기를 교체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면서 “올림픽 이벤트도 끝이 나면서 가전기기에 대한 수요는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감소 현상은 가전업계에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이면 가격 하락 현상으로도 이어진다. 가전업계들은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새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 분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OLED TV를 비롯해 LG코드제로 R9 로봇청소기 등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은 킬러콘텐츠를 내놓는 것 밖에 없다”면서 “성능과 디자인을 대폭 강화한 ‘오브제 컬렉션’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본격 출시한 비스포크 라인업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린 새 제품을 내놓거나, 하이브리드 제품을 내세워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비스포크 슈드레서는 신발 에어워시 기능을, 비스포크 큐커는 오븐,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기능을 하나의 기기로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펜트업 수요가 최근 주춤해졌지만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밀키트를 비롯해, 신발 위생 등 새로운 수요에 맞춘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4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신개념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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