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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박노해 시인의 시 ‘그 겨울의 시’ 중)
문재인 대통령이 차분한 성탄절 연휴를 보냈다. 24일 연차휴가로 22일부터 25일까지 사실상 나흘간의 휴식을 가진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정국구상에 매진했다. 문 대통령의 최우선 화두는 역시 ‘민생경제’였다.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고용·소득지표 등 경제성적표가 나빠지면서 최근 지지율이 50% 이하로 붕괴하는 취임 이후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특별한 공식일정 없이 어머니, 가족들과 함께 조용하게 성탄절을 보냈다. 지난해 성탄절 연휴 기간 동안 외부일정 없이 ‘평창올림픽 성공과 남북한 화해·평화를 기원하는 천주교·개신교 연합 성탄음악회’에 참석한 것과 유사한 행보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8시 부인 김정숙 여사와 더불어 경남 양산 덕계성당을 방문해 지역 신도들과 함께 성탄전야 미사를 올렸다. 25일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계정을 통해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文대통령,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경제현안 교통정리 나설 듯
문 대통령은 짧은 휴가를 마친 뒤 26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업무에 공식 복귀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 무산, 청와대 특감반 의혹,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지지율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올해 국정성과를 점검하면서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내년도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안보 분야는 합격점이라는 평가에도 민생경제 분야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대 관심사는 혼선이 극심한 최저임금을 둘러싼 교통정리다. 당장 주휴시간을 포함하고 약정휴일을 제외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노사 양측의 반발이 거세다. 문 대통령이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쳐왔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지도 주목된다. 이밖에 야당과 언론을 통해 연일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청와대 특감반 의혹 정국의 정면돌파를 위해 공직사회 전반에 고강도 쇄신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오는 28일 국무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송년만찬을 갖고 집권 3년차 비전에 따른 각 부처의 솔선수범과 정책성과 달성을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