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임원 승진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확인한 식품업계 A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는데 승진은 동기들에 비해 뒤처졌기 때문이다. A부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이른바 ‘스카이대(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은 아니다.
“별(임원)을 따려면 실세와 손발이 맞아야합니다. 최고경영자(CEO)도 사람인 이상 일시키기 편한 사람이 좋죠. 그런 점에서 출신학교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을 겁니다. 후배면 아무래도 편하잖아요.”
최근 만난 유통업계 인사담당자는 임원 승진과 출신대학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 이데일리가 24일 유통업계 각사 임원들의 출신대학을 살펴본 결과, 롯데와 신세계 등에서 특정 대학 출신이 유독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려대를 대표하는 임원으로는 롯데슈퍼와 세븐일레븐을 맡고 있는 소진세 사장과 롯데백화점의 마케팅부문장인 정승인 전무가 있다. 서울대 출신으로는 이철우 총괄사장과 황각규 그룹 국제실 사장이 대표적인 얼굴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김종인 롯데마트 전략본부장도 승진이 빠른 편에 속한다. 중앙대 출신으로는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근무 중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류제돈 상무와 신동빈 회장의 비서업무를 담당하는 정영철 이사도 중앙대를 나왔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임원들의 출신대학이 고르게 나타났다. 고려대·국민대·연세대·한양대가 각각 3명(8.6%), 건국대·성균관대는 각각 2명(5.7%)이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경청호 부회장과 이동호 기획조정본부장, 김영태 영업본부장, 박동운 상품본부장은 지방대 출신임에도 그룹의 핵심포스트를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부사장 이상 임원 10명 가운데 ‘스카이대’ 출신은 박홍진 기획조정본부 부본부장이 유일하다.
GS리테일(007070)은 임원 16명 중 지방대 출신이 6명(37.5%)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8월말 현재 영남대 출신 임원이 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이승한 회장이 영남대 출신인데다 홈플러스 1호점이 대구점인 등 지역적 연고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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