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보험·금융권 파장은

투명성·자본력 제고..경쟁사 긴장
지급결제와 맞물려 은행권도 영향
  • 등록 2009-11-16 오전 11:32:00

    수정 2009-11-21 오전 9:42:09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삼성생명이 상장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험업계와 금융권 전체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산업의 투명성과 자본력이 제고되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금융권 전체적으로는 은행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투명성·자본력 제고효과 커"

금융당국은 삼성생명 상장이 국내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영구 금융감독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은 16일 "삼성생명이 상장된다면 공시 등으로 인해 생명보험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이 속속 상장하면 모두 상장돼있는 손보 못지않게 경영효율성도 제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영업에 드는 사업비의 경우에도 곧바로 공시되고 감시된다면 더욱 알뜰하게 쓰여져 결국 보험계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투자자산운용과 관련해서도 보다 밀착 관측이 가능해져 생보사 스스로도 리스크관리에 보다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측은 수조원의 신규자본 유입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신규자본은 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세계 7위)보다는 해외진출에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또 향후 규제 추이에 따라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보험지주사로 뭉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경쟁 생보사 긴장..대한·교보생명 상장속도 영향 미칠듯

보험 맏형 삼성생명이 상장으로 수조원의 자본을 조달하게 되면 경쟁사들은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 중형생보사 관계자는 "6~7위권 규모인 동양생명 상장과 빅3 생보사 상장은 의미가 다를 수 있다"며 "생보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추진 의사를 밝힌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상장속도에도 일정부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대형 IPO의 경우 일정이 겹치지 않게 서로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또 중소형사의 경우 경쟁사 상장시기를 피해 상장일정을 당기거나 늦추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내년 상반기중 두번째 생보상장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상장주관사 선정후 부지런히 상장 추진작업을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한생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예정대로 내년 상장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만큼 내년 하반기쯤 대한생명이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거함(巨艦) 삼성생명 상장이 내년에 겹칠 경우 얘기는 복잡해진다.

보험권은 대한생명이 내년 상반기말로 상장일정을 당기거나 내년 연말 내지 그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협의 속도 역시 대한생명의 IPO 일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교보생명도 상장 추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빅3 생보사중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이 상장에 나설 경우, 신규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상장에 나설 수는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상장이 가시화되면 교보생명도 상장 추진을 모색할 개연성이 있다.

◇ "지급결제 맞물리면…" 은행들도 영향권

삼성생명이 내년 상장에 성공하고 보험업법상의 지급결제 기능까지 더해지면 은행들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FC) 숫자는 3만명이 넘는다. 웬만한 시중은행 창구직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은행들이 최근까지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결사반대해온 것도 결국 삼성생명을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은행-보험 지급결제 입법전쟁..승자는?(9월9일 7시10분)」기사참고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9월초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적으로 보험 지급결제 사례가 없는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주는 것은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보험사가 사실상 예금과 유사한 보험상품을 내놔 금리경쟁에 나설 경우 보험사 건전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도 보험료는 수수료 부담없이 은행계좌로부터 보험사로 자동이체되고 있고 보험금도 불편없이 입금돼 허용 명분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지급결제 기능을 가지려는 것"이라며 "은행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담긴 보험판매전문회사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삼성생명이 확보된 신규자본으로 보험판매전문회사를 세울 경우 주요 거점 영업망까지 확보해 보험과 펀드 등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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