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A대형마트에서 만난 박현미(65)씨는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고 어깨를 주무르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마트를 찾은 시간은 오후 10시 무렵. 물가가 워낙 비싸 마감할인을 노려 이 시간에 장을 보러 왔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40% 할인하는 고등어 3팩과 목살 1팩을 장 바구니에 담은 박씨는 다른 할인 품목이 없는지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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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이어지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B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마감 세일하겠다”고 말을 하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줄을 지어 축산코너로 향했다. 40% 할인 딱지가 붙은 양념고기를 잡은 하모(68)씨는 “원래는 만원 가까이 줘야 살 수 있는 반찬을 5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밤 늦은 시간 마트를 찾는다”며 “날이 더운데 마트는 시원하고 남편하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온다”고 말했다.
A대형마트에서도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서 노인으로 추정되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마트를 찾은 C(72)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우리집 식비도 거의 20% 이상 올랐다”며 “피곤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지만 더 세일하는 것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마감시간에 장을 보는 게 가장 경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40% 할인 딱지가 붙은 회를 산 전모(66)씨는 “낮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시원한 대형마트 마감 시간에 물건 사는 게 더 저렴하다”며 “이렇게 모듬회를 1만4900원에 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나. 오늘 아내랑 소주 한잔하고 자려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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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야채 등을 파는 알뜰코너에서 과일을 살펴보던 김기준(32)씨는 “집에서 저녁 먹고 아내와 함께 할인하는 물건을 사러 왔다”며 “오늘은 닭강정에 맥주 한잔하고 잘 예정이다. 원래 1만4900원하던 게 지금은 1만900원”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중년층도 늦게 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늦은 시간 마트를 방문했다. 할인 중인 생선을 살피던 안모(58)씨는 “생선류나 해물, 회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데 원가보다 30% 싸게 살 수 있다”며 “피곤한 것도 있지만 워낙 비싼 물가에 저렴하게 사는게 좋다”고 전했다. 장을 보던 김덕순(58)씨 역시 “아이 둘이 결혼해 분가를 하며 부담이 줄었어도 여전히 물가가 너무 비싸 힘들다”며 “힘들지만 앞으로도 마감 시간을 종종 이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