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2017년4월 어느 날 변액보험에 관심을 두게 된 회사원 김상현 씨는 보험사별 상품비교를 꼼꼼히 챙기며 수익률과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찾아본다. 그간 변액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던 터라 특히나 수익률 등에 신경을 쏟으며 살펴본다. 저금리 상황에 노후대비를 위해선 조금이나마 투자수익률을 통해 한 푼이라도 은퇴 자금을 마련하고 싶어서다. 아울러 사망보장과 생활자금지원, 중대질병보장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펴본 김씨는 마지막으로 펀드 리벨런싱도 비교했다. 과거에는 펀드 리벨런싱을 위해 가입자가 직접 보험사에 연락해 펀드 포트폴리오를 바꿨지만 최근 출시한 변액보험은 자동으로 펀드 리벨런싱을 해준다. 마치 로보어드바이저처럼 펀드 운용을 위탁한 자산운용사에서 받은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매월 자동으로 재조정해준다.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촘촘한 규제 망으로 얽혀 있는 보험상품 설계기준을 전면 자율화한 이후 보험상품의 설계에서 판매까지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김 씨가 가입하려는 변액보험의 펀드 자동 리벨런싱처럼 첨단 기능이 탑재된 변액보험 상품부터 저해지환급형·고령자·유병자보험상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이다. 상당수 상품이 시장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서로 융·복합하면서 경계를 허문 컨버전스 상품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는 보험상품 가격 자유화가 자리 잡고 있다. 2017년까지 보험료 산정의 근간이 되는 위험률 조정 한도(±25%)가 단계적으로 폐지돼 보험상품 가격이 완전 자유화된다. 위험률 때문에 만들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에 기반을 둔 맞춤형 보험설계도 급속하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보험설계뿐 아니라 보험심사와 요율 산출 등 사실상의 보험상품개발과 서비스 전반에 AI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만들어 놓은 기성상품을 고르는 버전 1.0의 일반 상품과 상품기획에서부터 개발까지 소비자의 의견을 담아낸 버전 2.0의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 상품이 주류를 이뤄왔다. 앞으로는 소비자 수요와 요구에 맞춘 버전 3.0의 새로운 보험 상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언더라이팅 시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며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컴퓨터 앱이 출시되면 설계사처럼 계약자와 양 방향 소통을 하며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