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삼성이 세계 최정상을 차지하면서 삼성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삼성 자신도 놓쳐서는 안 될 중대한 현상이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삼성의 미래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은 그만큼 삼성의 성공은 아직도 ‘미완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 미완성의 한복판에는 바로 ‘삼성 오적(五賊)’ 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 하나가 삼성이 그동안 쌓아올린 금자탑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그중 가장 위협적인 것은 삼성 내부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현실 안주’ 문화다. 특히 스마트폰과 TV를 양대 축으로 세계 최고기업으로 등극한 이후 삼성의 시야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 고정돼 있는 느낌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0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확정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사업이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성과는 차치하고 대부분 포기상태다. 가장 수익을 많이 내던 황금기를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삼성 나름대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사업이 잘나가면서 미래 준비를 위한 조직의 절박함과 비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셋째, 조직 내 갈수록 득세하는 ‘성악설형 리더’들이다. 조직이 단기 실적에 치중하다 보니 그 구성원들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리더들이 늘고 있다. 이는 삼성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혁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선도자로 우뚝 서겠다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물론 성악설형 리더도 조직에 필요하다. 가물치가 있어야 함께 사는 미꾸라지도 더 통통해지고 건강하게 큰다. 하지만 가물치가 많아지면 나중에 미꾸라지는 씨가 말라 어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넷째, ‘보이지 않는 적’이다. 한순간에 등장해 시장의 판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그들이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성의 주력인 스마트폰과 TV를 통째로 갈아엎을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느라 날을 지세우고 있다. 시장의 승자들에게 게임 체인저는 피할 수 없는 적수다. 이는 잘나가던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한순간에 사라져간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삼성으로서는 사주경계를 더욱 철저히 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게 최선의 생존책이다.
삼성 오적은 사실상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면 예외 없이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불가분의 동반자다. 그것이 최고 기업의 운명이다. 다만 그 대처에 있어 기업마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삼성 오적의 힘이 약해질수록 삼성의 미래는 밝다는 점이다. 이는 오적의 힘이 강해지면 삼성의 내일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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