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슬레 커피믹스 부진은 네스프레소 탓?

  • 등록 2013-06-17 오전 11:08:31

    수정 2013-06-17 오후 5:23:3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네슬레가 주 사업인 커피믹스 시장에서 참패를 당하며 고전하고 있다. 캡슐커피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한 탓에 정작 중요한 커피믹스 시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네슬레가 캡슐커피 네스프레소를 국내에 론칭해 큰 폭의 성장을 했던 2008년 이후 한국네슬레의 커피믹스 브랜드 ‘테이스터스 초이스’(現 네스카페)는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네슬레의 커피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캡슐커피 네스프레소.
2008년 커피믹스 시장에서 16.7%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한국네슬레는 2009년 14.9%, 2011년 8.9%, 2012년 5.1%로 떨어졌으며 올해 5월까지는 4.2%까지 추락했다.

안일한 시장 대응도 추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남양유업(003920), 롯데칠성(005300)음료 등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초기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

업계 한 전문가는 “커피믹스 최고 강자인 동서식품과 시장점유율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2위로서 만족한 안일한 생각이 시장에서 참패를 가져왔다”며 “지금은 과거 명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캡슐커피에만 치우친 마케팅 전략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2007년 12월 론칭한 네스프레소는 2008년부터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문판매장을 개설하고 조지 클루니를 모델로 한 TV광고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다. 업계가 추산한 캡슐커피머신 누적판매대수를 보면 한국네슬레는 2008년 2만4000여대에서 2010년 5만5000대, 2012년 18만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70~80%선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네슬레가 잃어버린 커피믹스 시장이 새롭게 만든 캡슐커피 시장보다 2배 정도 크다는 것이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로, 한국네슬레의 점유율이 2008년 16%에서 올해 4%대에 머물러 1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즉 매년 14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반면 캡슐커피시장은 1000억원대로 이 중 네슬레가 70~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700억~800억원 수준이다.

한국네슬레 커피 관련 사업 현황. 캡슐커피머신 판매대수는 점차 늘고 있지만 커피믹스 시장점유율은 반대로 줄고 있다. (자료 : 캡슐커피머신 판매대수-업계추산, 커피믹스 시장점유율-AC닐슨)
커피업계 관계자는 “네슬레가 캡슐커피 시장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커피믹시 시장을 잃으면서 지난해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소탐대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네슬레 관계자는 “캡슐커피와 커피믹스는 서로 소비층이 달라 캡슐커피 때문에 커피믹스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커피믹스 시장의 변화에 대처가 늦은 면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시장 추세를 읽고 선도적인 제품을 개발해 과거의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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