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의 풋풋한 첫사랑, 뜻하지 않은 이별, 첫눈에 거는 희망으로 이뤄진 덕수궁 돌담길까지 영화 '첫 눈(한상희 감독, 다인필름·가도카와픽쳐스 공동제작)'은 정형화된 구도 속에서 예상 가능한 길을 걸어간다.
한·일 합작으로 양국을 오가며 남녀의 애틋한 첫사랑을 그렸지만 멜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흔한 떨림조차 주지 못하는 전개방식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도예가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 교토에 온 고등학생 김민(이준기)은 사찰에서 우연히 청순한 매력의 나나에(미야자키 아오이)를 만난다. 마침 팔에 상처를 입은 민에게 나나에는 손수건을 건네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까지 알게 되자 둘은 호감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일본의 고도 교토를 배경으로 민과 나나에가 나누는 감정은 잔잔하게 펼쳐진다. 서로의 언어를 몰라 어리둥절해하거나 발음이 같은 '약속'이란 단어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도 신선함은 찾기 힘들다.
이처럼 '첫 눈'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를 한국과 일본에서 양국의 젊은 청춘 스타를 내세워 빈구석을 채우려는 영화다. 교토에서 만나 사랑했고 서울에서 그것도 덕수궁 돌담길에서 다시 만나 그 사랑이 변치 않았음을 확인하는 구도 역시 상투적이다.
한·일 합작 영화가 갖는 한계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첫사랑의 공백으로 방황하던 민이 나나에와 함께 했던 교토의 추억을 되짚는 부문이나 미술전 참석차 한국에 머물던 나나에가 다시 민을 만나는 장면도 이음새가 촘촘하지 못하다.
물론 낡은 이야기 속에서도 영화의 숨이 끊어지지 않는 건 주인공 이준기와 미야자키 아오이의 공이다.
첫 사랑에 빠진 미야자키 아오이의 매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민과의 만남으로 차츰 한국어를 배워가는 모습은 미워할 수 없는 코믹함을 던진다.
1999년 드라마 '겐로쿠 요란'으로 데뷔한 이래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최근 NHK 대하사극 '아츠히메' 주인공으로 발탁된 미야자키 아오이가 국경이 다른 배우 이준기와 맞추는 호흡에서 성장력을 확인할 수 있다. 12세 관람가.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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