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코맥, 보잉 주춤한 사이 빈틈 노린다…세계 진출 잰걸음

싱가포르·홍콩에 사무소 신설…해외 주문 수주 목적
美·유럽서 'C919' 인증 획득이 해외 진출 최대 걸림돌
"미중 갈등·엄격한 절차 등으로 인증 받기 쉽지 않아"
"핵심 부품 서방 의존, 2040년까지 시장 진입 힘들듯"
  • 등록 2025-01-02 오전 10:07:32

    수정 2025-01-02 오전 10:07:3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계에서 시장지배력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보잉이 각종 사고 및 경영난으로 주춤한 틈을 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AFP)


코맥, 싱가포르·홍콩에 사무소 신설…해외 수주 목적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허브 도시인 싱가포르와 홍콩에 사무소를 신규 개설했다. 코맥의 ‘C919’ 기종이 2023년 첫 상업 비행을 시작한 지 약 1년여 만이다. 이들 사무소는 해외에서 주문을 받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코맥은 보잉의 ‘737맥스’, 에어버스의 ‘A320네오’와 경쟁하기 위해 2008년부터 C919 개발에 착수했으며, 중국에선 2022년 9월 최종 인증을 받았다. C919는 단일 통로 기종으로 탑승 인원은 158~192명, 최대 항속거리는 5555㎞다. 737맥스와 A320네오의 탑승 인원은 각각 138~230명, 150~194명이며, 최대 항속거리는 7040㎞, 6300㎞다.

중국은 보잉이 최근 수년간 대형 사고에 휩싸여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 업계 전반의 공급망 문제로 보잉과 에어버스 모두 엔진 및 부품 부족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맥스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한 데 이어, 작년 1월엔 알래스카항공 737맥스 여객기의 비상문이 공중에서 뜯겨나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후 미국 규제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 보잉은 납품 지연, 재정난, 실적악화, 파업 등에 시달리며 시장 지배력이 크게 약화한 상태다.

FT는 “글로벌 항공 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들에 희망적인 시장 상황”이라며 “C919는 기술부문에서 중국의 가치 사슬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궁극적으로는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서방의 두 독점적 기업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는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4만 2430대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하며, 단일 통로 기종이 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항공 컨설팅회사 IBA는 코맥이 2040년까지 현재 월 1대인 C919 생산량을 월 11대로 늘리고, 총 2000대 가까이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맥은 중국에서는 3대 국유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이 기본적인 수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IBA의 조나단 맥도날드 매니저는 “코맥이 결국에는 항공기 수출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에어버스와 보잉이 대부분 항공사에 주요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최대 걸림돌은 美·유럽 인증

코맥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최대 걸림돌은 글로벌 인증이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시장을 나눠 가진 만큼 미국과 유럽의 인증이 사실상 세계 표준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 미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코맥은 올해 초 유럽에서 먼저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 매니저는 “C919가 당장 유럽에서 인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유럽의 인증 절차는 매우 엄격하다”고 짚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이 중국과 공급과잉 등의 문제로 통상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유지보수 지원 문제도 코맥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에어로다이내믹 어드비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이사는 “항공 수출 시장에서 정교한 제품 지원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에어버스와 보잉과 경쟁하기 위해선 필수 조건”이라며 “이는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여러 항공사들도 C919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항공업계의 한 소식통은 “정비 지원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C919의 핵심 부품들이 여전히 서방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트기 엔진은 프랑스-미국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이 공급하며, 보조 동력 장치는 미국 허니웰이 제조하고 있다.

영국의 항공우주·방위 산업 분석가인 사쉬 투사는 “코맥의 또다른 기종인 C929가 항공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적 진보를 증명하는 기회를 제공했으나, 상업용 제트기는 여전히 서방 엔진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IBA 역시 2040년 이전에는 C919의 글로벌 시장 진입이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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