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은 일상부터 물가 급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에 넣는 휘발유 가격입니다. 기자가 미국에 건너온 초기인 지난해 8월만 해도 갤런당 2달러 안팎이었는데요. 지금은 기자가 머무는 북동부 뉴저지주의 일부 주유소는 3달러 후반대까지 올려 받고 있습니다.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지요.
최근 무심코 기름을 넣으려 한 주유소에 갔다가 보통(regular) 휘발유가 갤런당 3.89달러라는 간판을 보고 황급히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인근 식당 중 일부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오픈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밖에서는 이미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분위기인데요. 정작 식당들은 실내 영업을 재개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건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임금 등)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뉴저지주에서 테이블 10개가 채 안 되는 작은 스시 가게를 운영하는 A 사장의 토로입니다. “아내와 어머니까지 해서 세 명이 가게를 보고 있는데, 영원히 실내 영업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직원을 더 뽑으려고 했어요. 팬데믹 이전처럼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10달러 남짓을 주고 팁을 많이 지급하는 걸 생각했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걸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일단 당분간 픽업 서비스만 해야 할 듯하네요.”
A 사장은 “얼핏 듣기로는 시간당 45달러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더라”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45달러면 한국 돈으로 5만원이 넘는 돈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추가 실업수당을 뿌리자 노동 공급이 확 줄었고, 그에 따라 노동의 대가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된 겁니다. 모두 인플레이션이 일상으로 침투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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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입니다. 요즘 미국 집값은 말 그대로 펄펄 끓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나온 올해 3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를 살펴보면, 미국 집값이 얼마나 폭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월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올랐습니다. 2005년 12월(13.5%↑) 이후 15년3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입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2%를 기록하며 월가가 떠들썩 했지요. 13%가 넘는 수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3%→11.2%→12.0%→13.2%로 4개월 연속 두자릿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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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뉴저지주 동북부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인 몇몇 인사들에게 문의를 했는데요. 답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맨해튼 출퇴근이 가능한 뉴저지 동북부는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중개인 S씨는 “수리가 돼 있는 집들은 시가를 10만달러 이상(약 1억1000만원 이상) 높여놓아도 오퍼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거래를 중개하면서 통상 10~15% 올랐다고 느끼고 있는데, 어떤 집은 몇 만달러 더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S씨의 설명입니다.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건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의 흔적입니다. 복잡한 도심 아파트를 피해 거점도시 인근 교외로 나가려는 수요는 폭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저지주 한 식당의 A 사장이 호소한 것처럼 노동력이 너무 귀해졌고요. 목재 가격 등이 뛰면서 주택 건설 비용이 높아졌습니다. 매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4월 거래된 신규주택 중위가격은 37만2400달러로 1년새 20.1% 폭등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엄청난 유동성은 집값을 간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00%입니다. 올해 초 2.6%대를 보였다는 점에서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만 해도 3.7%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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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서 화두 떠오르는 ‘미친 집값’
미국의 ‘미친 집값’은 월가에서도 화두입니다. 가중 눈여겨볼 만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이겠지요.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미국 부동산에서 문제가 터져 세계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졌는데요. 가장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에 대출을 무분별하게 해주면서 위기가 잉태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물론 지금은 관련 은행 규제가 잘 정비돼 있고요. 똑같은 경로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
실러 교수는 특히 “지금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거품이 나타났던 2003년과 비슷하다”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장기성 자산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공포 탓에 주춤합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까지 흔들린다면 어떨까요. 자산시장은 다시 한바탕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월가의 한 금융사 인사는 “금래 몇 달을 보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시기가 점점 당겨지고 있다”며 “연준이 괜찮다는 데도 이렇다는 건 시장에 공포가 점점 쌓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은 깊은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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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부동산 관련주들의 향방은
아울러 지금껏 고공행진을 했던 부동산 관련주들의 향방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건설회사는 DR홀튼, 레나, 톨 브러더스 등이 있는데요. 팬데믹과 함께 주가가 확 뛰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니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이날 기준 DR홀튼 주가는 주당 93.20달러입니다. 팬데믹 충격을 받았을 때는 30달러짜리 주식이었으니, 세 배가량 오른 겁니다.
다만 잘 살펴보면 등락이 있었습니다. 올해만 살펴볼게요. DR홀튼 주가는 올해 주당 63.92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지난 10일까지 104.45달러로 파죽지세로 오릅니다. 넉달여 기간 상승률이 무려 51.55%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완연한 하락세입니다. 이날까지 11거래일간 10.77% 하락했습니다. 레나, 톨 브러더스 같은 다른 건설주의 흐름도 비슷했고요.
향후 약세 전망과 강세 전망이 동시에 있습니다. 실러 교수의 분석과 비슷하게 노동력 경색, 원자재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이 겹쳐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면 건설주 주가를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고요. “최근 10%가량 떨어진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스티븐 김 에버코어 ISI 주택 분석가)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길게 보면 주택 경기가 건설주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
건설주뿐만 아닙니다. 인테리어 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디포, 주방용품을 파는 윌리엄스-소노마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더 나아가 바닥재 전문업체 모호크 인더스트리스, 콘크리트 생산업체 벌칸 머티리얼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이들 주가는 건설주 흐름과 비슷했습니다. 미국 부동산이 다시 월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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