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무너진 리스크 패리티 펀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원인"

케이프투자證 "채권·주식 상관관계 깨지며 리스크 패리티 펀드서 기계적 매도 나와"
  • 등록 2020-03-26 오전 8:41:37

    수정 2020-03-26 오전 8:41:37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금융시장의 사계절에 대응할 수 있다던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위험균형) 펀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한파엔 속수무책이었다. 증권가에선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원인 중 하나가 이 리스크 패리티 펀드에서 출회된 기계적 매물이라고 추정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리스크 패리티 펀드가 최근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가 어긋나고 변동성(VIX) 지수가 급등한 데 따라 기계적 매도에 나섰다”며 “기계적 매도 물량 출회에 따라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리스크패리티 펀드란 자산 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 위험을 관리하는 성격의 펀드다. 대표적인 펀드 중 하나가 레이달리오가 이끄는 브리지워터(Bridgewater)의 올 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다. 이들은 어떠한 상황의 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개 채권을 핵심 자산으로 가져간다.

이들 펀드는 향후 전략 실행 상 비중 조절이 필요할 경우 주식 비중을 우선적으로 조정하는 특징을 가진다. 리스크 패리티 전략의 핵심은 자산군 간 상관관계 컨트롤으로, 주식시장이 하락해 보유 주식에서 손실이 나는 분을 채권 가격 상승(채권금리 하락)분으로 이를 방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에 의하면, 2017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리스크 패리티 펀드의 AUM은 1500억~1750억달러이며, 리스크 패리티 펀드의 전략과 유사한 그외 변동성 타겟펀드(CTA, 변액 연금합산) 의 AUM(6600억달러)까지 합산하면 8000억달러를 상회한 규모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의 자산군간 상관관계가 일거에 무너지면서 리스크패리티 펀드도 위험도에 노출됐다. 한 연구원은 “리스크 패리티 전략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미중 무역분쟁 등 여러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식 채권, 기타 자산군과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크게 깨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잘 작동해 왔다”면서도 “2020년 2월 말 코로나 판데믹에서 기인한 금융시장의 패닉 셀링 현상으로 자산군들간의 상관관계가 갑자기 어긋나는 현상이 출현한 뒤 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계적 매도가 출회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판단이다. 한 연구원은 “리스크패리티 펀드들은 기존에 상정했던 주식과 채권간의 상관관계가 일시에 바뀌면서 위험관리 차원에 서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해 기계적인 매도를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에는 채권 비중 60%에 매칭되는 주식 비중이 40%였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낮은 30%대로 주식 비중을 축소해가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이미 기계적 매도를 경험한 만큼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면 더 탄력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코로나 판데믹 불안감이 완화될 경우 비이상적인 변동성 급등을 이유로 기계적인 주식 매도를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섰던 리스크 패리티 펀드들이 반대로 기계적인 매수로 전환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주식과 채권 간의 상관관계 정상화 여부, 현재 50선을 상회하고 있는 S&P500 VIX 지수의 하항안정여부도 지속 모니터링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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