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SRE]신평사일언 충천금..“한입으로 두말 말라”

[서베이]신평사 등급신뢰도 소폭 상승..한기평 두각
  • 등록 2013-05-22 오전 11:10:00

    수정 2013-05-22 오후 12:43:38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신뢰가 클수록 배신감도 큰 법이다. 제2의 중동의 신화를 쓰고 있던 GS건설이 난데없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STX그룹은 마지막 방패막이었던 산업은행과 사실상 워크아웃인 자율협약을 체결만도는 시장의 예상을 비웃듯 모회사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4월 9일부터 15일까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등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7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109명 중 크레딧 애널리스트 57명(52%), 채권매니저 35명(32%), 그밖에 채권브로커(IB포함)가 17명(15%)이 참여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비율은 지난회(59%) 대비 줄었지만 채권브로커의 참여율은 지난회(9%)보다 높아졌다.

17회 SRE의 신평사 평균 등급신뢰도는 3.17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지난 16회 3.13점보다 0.04점 높아졌다. 신평사별로는 한국기업평가만 유일하게 등급신뢰도가 향상됐다. 반면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점수는 지난 회보다 떨어졌다.

한기평이 7회 SRE 이후 10회 연속 등급신뢰도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난 회때 좁혀졌던 3개 신평사들의 등급신뢰도는 또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한기평은 지난 회 3.55점에서 3.57점으로 올랐지만 NICE신평과 한신평은 각각 3.35점에서 3.23점으로, 3.10점에서 3.06점으로 하락했다.

◇ 한국기업평가만 등급신뢰도 상승

한 SRE 자문위원은 “한기평이 다른 신평사들보다 더 후한 점수를 받은데는 지난해 9월 진행된 등급전망(Outlook·아웃룩) 일괄 변경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한기평은 크레딧 시장에 큰 소리를 쳤다. 최근 1년 동안 동일한 아웃룩이 유지됐음에도 실제로 등급변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웃룩은 향후 1~2년내 등급 변동 방향성을 나타내지만 그동안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등급은 바뀌지 않고, 충분한 이유 없이 동일한 등급전망이 유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한기평의 발표 이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등급전망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다. 해묵은 논쟁을 또 다시 들춰냈다는 점에서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지 반문했다. 이후 한기평은 지난해 9월13일 대한항공과 SK케미칼, GS네오텍, 한진, 동부메탈, 이랜드리테일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모두 ‘안정적’으로 낮췄다.

그러나 한기평이 축포를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시장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한 자문위원은 “기업 실적이 작년 하반기 이후 꺾이면서 한기평이 아웃룩을 일괄 조정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며 “앞으로 1년 동안 관련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급전망에 대한 시장의 평가 또한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수치는 낮다.

17회 SRE에서 신용평가사의 등급전망과 감시(Credit Watch) 제도가 제대로 시행됐는지 묻는 질문에 대다수 설문자가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평균 점수는 2.62점으로 지난 회(2.50점) 대비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의 응답자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다른 자문위원은 “한기평을 시작으로 다른 신평사들이 일제히 아웃룩을 조정하는 등 개선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평가는 낮다”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급전망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일이 터진 후 서둘러 등급을 조정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 자문위원은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이벤트가 발생한 이후 모니터링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채권에 직접적인 훼손이 가해진 STX의 경우를 제외하면 GS건설과 만도를 과연 크레딧 이벤트로 볼 수 있는지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자문위원은 “GS건설의 경우 실적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이슈일 수도 있고, 만도도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일 수 있다”며 시장분위기에 휩쓸려 일회성 이벤트로 신용등급을 변경하는 게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채권매니저 뿔났다

17회 SRE에는 유독 채권매니저들의 점수 하락이 두드러졌다. 채권매니저들의 등급신뢰도 점수는 평균 3.29점을 기록했다. 지난 회 3.40점의 후한 점수를 줬던 매니저들이 매몰차게 돌아선 것이다. 특히 7년 이상 오랜 경력을 가진 채권매니저들의 평가는 더 박했다. 이들의 등급신뢰도는 3.18점을 기록, 지난회(3.39)보다 0.2점 이상 떨어졌다.

최근에 발생한 크레딧 이슈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시장의 예상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신용등급(금리)을 근거로 거래하는 채권매니저들이 느끼는 충격은 다른 시장참여자들의 갑절에 이른다. 결국 지난 16회 웅진을 시작으로 누적된 불만이 이번 회에 터진 셈이다.

한 자문위원은 “웅진을 시작으로 이번에 STX, 만도 등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관련 회사채를 들고 있었던 매니저들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 분석을 주로 하는 크레딧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직접 채권 운용을 담당하는 채권매니저들은 이벤트 발생으로 초래된 결과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별 신평사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기업평가의 채권매니저 등급신뢰도는 지난 회 3.71점에서 이번 회 3.57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NICE신용평가도 3.34점에서 3.14점, 한국신용평가도 3.43점에서 3.11점으로 지난 회 보다 크게 하락했다.

◇NICE신평 일관성 미흡

무엇보다 이번 17회 SRE에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위 한기평을 위협했던 NICE신평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7년차 이상의 크레딧 전문가들은 다른 신평사들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기평의 경우 지난 회(3.39점)보다 상승한 3.49점을 받았고 한신평은 지난 회와 동일한 3.0점을 받았지만 NICE신평은 3.34점에서 3.15점으로 하락했다.

자문위원들은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이후 신평사들이 보였던 대응이 이번 설문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한 당일 발빠르게 대응했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을 비롯 STX팬오션 STX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STX에너지와 STX솔라 등 에너지 계열사 신용등급은 A로 유지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만 등재했다.

반면 NICE신평은 STX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종전대로 유지했다. STX조선해양과 STX의 신용등급에 대해서만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을 뿐이다. 당일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던 한신평은 이튿날이 돼서야 부랴부랴 신용등급을 낮췄다.

NICE신평은 일주일이 지난 뒤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은 ‘BBB+’에서 ‘BBB-’로 STX팬오션 STX엔진은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NICE신평 측은 시장의 평가가 다소 아쉽다는 입장이다. NICE신평 관계자는 “채권단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과 달리 다양한 조정이 가능해 자율협약만으로 등급을 조정하기에 성급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계열사별로 STX조선해양과 연결된 신용위험 정도에 차이가 있어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NICE신평은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으로 지분법 등 재무구조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별해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STX팬오션의 경우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 자율협약 신청과 무관하게 지난해 실적 저하에 따른 영향으로 등급을 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 단계 하향조정을 한 STX조선해양과 달리 한 단계만 낮췄다는 설명이다. 또한 향후 산업은행의 인수 여부에 따라 추가 등급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감시대상에 올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NICE신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자문위원은 “NICE신용평가는 STX조선해양 등급을 유지하면서 회사채의 원리금을 지급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원리금이 모두 지급됐는데도 뒤늦게 등급을 내리면서 평가 논리에 대한 일관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자문위원은 “NICE신평은 계열사별로 스프레드를 벌리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다른 곳과 똑같이 등급을 조정하면서 시기만 늦춰졌다는 인상을 줬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별 시간차 등급 변동으로 차별화를 모색하려던 NICE신평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신평과 더불어 ‘뒷북 논란’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 SRE란?

이데일리 신용평가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는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지난 6개월동안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만족도와 개별기업 신용등급의 적정성에 대해 평가하는 설문조사이다.

이데일리는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SRE를 실시했고 이번에 17회를 맞이했다. SRE 설문지는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 신용평가사들의 업무평가, 신용평가사들의 서비스 만족도, 개별기업 신용등급 적정성 등과 관련해 총 6개 항목, 28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SRE에는 설문에 대한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참여한다. 자문단은 설문대상자 선정과 설문지 확정 등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자문단 회의를 열어 심도 있는 분석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17회 SRE 자문단에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에서 활동 중인 현직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10여명이 참여했다.

또한 ‘신용등급의 적정성에 대해 이견이 있는 40개 기업 항목’(이하 워스트레이팅)은 시장의 관심과 이슈를 고려해 이데일리와 자문단이 협의를 통해 매번 갱신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17회의 경우 지방공기업 회사채에 대한 워스트레이팅을 비롯해 각 신평사가 제시한 최근 6개월간 개선된 내용에 대한 개별 평가, 금융지주사와 은행자회사간의 등급체계 적정성, 5월부터 시행되는 기업어음(CP) 발행과 관련한 증권신고서 제출 효과 등을 새롭게 넣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 관련기사 ◀ ☞ [17th SRE]“SRE 관심 덕 신용평가 시장 발전” ☞ [17th SRE]철강경기 하락 원인과 전망 ☞ [17th SRE]“철강산업, 어둡지만은 않다” ☞ [17th SRE]동양·STX그룹의 구조조정과 예상되는 효과 ☞ [17th SRE]“과속은 기업에게 가장 치명적” ☞ [17th SRE]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유동화 이슈 점검 ☞ [17th SRE]“부동산과 금융 리스크는 다르다” ☞ [17th SRE]“장기CP 신고서 제출 기대 크다” ☞ [17th SRE]NICE, ‘이머징’ 업고 ‘어메이징’ 노린다 ☞ [17th SRE]빠름 빠름~ 용산역세권 보고서 ‘히트’ ☞ [17th SRE]한신평, 실전에서의 ‘한방’ 아쉽다 ☞ [17th SRE]NICE, 세미나 장맛이 깊어졌다 ☞ [17th SRE]신평사일언 충천금..“한입으로 두말 말라” ☞ [17th SRE]금융지주 신용등급, 은행과 같아? ☞ [17th SRE]아웃룩, ‘장고 끝에 악수’ 여전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복귀 서예지, 명동서 포착
  • 57세..미모 깜짝
  • 한강의 기적
  • 홀인원~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