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 이남수 진로 사장 "주주가치 제고 노력 지속"

자만에 빠져있었다. 합병 후엔 질적인 1등이 될 것”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
2014년까지 5천억 차입금 상환·매출 2.2조 달성
  • 등록 2011-07-29 오전 10:52:59

    수정 2011-07-29 오후 2:42:46

[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1995년 어느 날, 진로 이남수 이사는 방만한 회사 경영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 주류업계에서 잘나가던 회사의 방만경영을 문제삼았으니 듣는 사람들은 황당해 했다. 결국 이남수 이사는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난다.

13년이 지난 2008년 그가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외도기간, 진로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끝에 새로운 주인 하이트맥주와 만났고, 그 또한 개인사업을 하다 실패와 좌절을 맛본 뒤였다.

2011년 4월, 이남수 본부장이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의 키를 잡아 또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진로(000080) 사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남수 사장은 지금 어느 때보다 무거운 현실앞에 섰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지난 28일 주총에서 합병을 최종 결정했고, 9월 통합법인으로 새출발한다. 국내 최대 주류회사가 탄생한다.
이 기업을 박문덕 그룹 회장, 김인규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한국 주류기업이 가야할 길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여기에 하이트-진로는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1위의 위치는 지켜내고 있지만, 진로는 롯데주류의 시장공략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전하며 점유율이 둔화되고 있고 하이트맥주 또한 오비맥주의 공세에 밀리는 모습이다. 신제품들도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작가 배병우 교수의 작품 `소나무`가 먼저 손님을 맞는 이남수 사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혹시 있어야 할 것이 아닌데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지 한번 찾아 보세요.” 만나자 마자 숙제부터 냈다. 집무실을 찬찬히 둘러보니 생각지 못한 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름아닌 경쟁사 제품들이었다. “해외본부장 시절엔 책상에 우리 제품이 가득했지만 이제 경쟁사 제품들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경쟁에서 1등을 지켜낼 수 있다.”

◇합병 앞두고 뼈아픈 반성 “대표적인 소통부재 기업이었다"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흔히들 소통 부재 하는데 하이트-진로야말로 소통 부재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돌아온 당시, 하이트와 진로는 회사 조직중 처음으로 통합운영됐다. 그러나 양사의 서로 다른 문화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고,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최근 마케팅부서가 통합되고 가장 중요한 영업부 통합을 앞두고 다양한 고민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하이트와 진로 모두 1등이란 자만심에 빠져 소비자들의 니즈를 간파하지 못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영업을 해왔다”며 “이러한 이유로 최근 만족할만한 실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이는 고객과의 소통실패로 이어졌다는 냉정한 자기비판이다.   그는 이어 “위기는 곧 기회이듯이 부인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오히려 기회가 생긴다”며 “양적인 1등보다는 질적인 1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수 사장이 강조한 `소통`은 오는 9월1일부터 제대로 시험대에 오른다. 그동안 계열관계였던 하이트와 진로가 실질적으로 한몸이 된다.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고, 그 긴장의 핵심은 하이트와 진로의 시너지가 어떻게 본격화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이 사장은 내부 소통과 체질개선 노력이 성공하면 양사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모든 부분에서 나타날 것으로 확신했다.   이 사장이 꼽은 주요한 합병효과는 ▲매출원가 및 마케팅 비용절감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정착으로 인한 업무프로세스 개선 ▲일반경비 절감 등 비용효율화로 수익성 개선이다. 또한, 유휴자산을 매각해 확보하는 자금과 영업수익금을 재원으로 2014년까지 5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의경쟁·가격인상 자제, 1등 기업의 무거운 책임감 다할 것"

하이트-진로의 합병은 1등 기업으로서 소비자와 사회적인 책임감도 함께 무거워진다는 의미다. 이 사장은 “회사의 경영과제는 시장에서 회사가 점하고 있는 지위, 장기적 지향점 등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정리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2위 기업은 공격적 경영을 통해 시장점유율(MS) 상승에 주력하지만,시장 선도 기업은 점유율 방어뿐 아니라 아니라 시장 자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소비자 트렌드를 읽어 새로운 상품과 문화를 창출해야 할 과제도 안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한국 주류시장의 질적 향상과 공정하고 깨끗한 영업 활동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1위 기업으로 고민은 또 있다. 올 들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지만, 가격인상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소주가격은 3년째 인상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진로가 소주가격을 인상할 경우 영업실적의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며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경영압박이 큰 것은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 대표 서민주를 생산하며 80여년을 국민과 함께 해왔는데 경영압박이 있다고 훌쩍 배신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당분간 내부 효율화로 원가압박을 극복해보겠다는 것.   ◇"해외시장 공략, 주주가치제고 다각 노력"

하이트-진로의 합병 후 내부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 사장은 향후 비전 달성에 대해선 확신하고 있다.   이 사장은 “하이트와 진로가 합병을 하게되면 그동안 빼앗겼던 시장도 되찾고 재무구조도 개선돼 수익성도 높아져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2014년 매출 2조2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외 주류시장에서 살아남는 생존해법으로 강력한 상품력과 마케팅, 과감한 영토 확장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 사장은 “하이트진로 통합법인 출범 후 일본과 중국 중심의 수출 확대 및 해외기업 제휴, 현지기업 인수 등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태국과 미얀마 등 동남아 현지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현지 유통망을 강화하고, 기능성 주류 등 수출 품목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 2억달러를 돌파하고, 글로벌 사업규모를 8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게 이 사장의 글로벌 청사진이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계획들도 설명했다. 진로는 지난 2009년 기업공개 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이익소각을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 400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이중에서 지난해 10월까지 250만주를 이익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였다.   또한 최근 울산물류센터와 서초동 본사 주변에 위치한 건물을 각각 34억원, 203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옛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해 신한은행 부동산전략사업팀과 매각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장은 “예정대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진행하고, 올해에도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력 ▲1952년 서울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1976년 행정고시 합격(19회) ▲1977년 경기도 화성군청 ▲1978년 서울시청 행정사무관 ▲1983년 삼정해운 상무 ▲1989년 진로 부장 입사 ▲1996년 개인사업 ▲2008년 진로 해외사업본부장 전무 재 입사 ▲2011년 진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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