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없다고 M&A 문닫을까..`큰손 나섰다`

중동·러시아 부호부터 국부펀드까지 `입질`
외국 인수자의 미국 M&A 비중 26% 달해
  • 등록 2007-09-05 오전 11:56:12

    수정 2007-09-05 오전 11:56:12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미국 신용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돈을 빌려서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인수(LBO)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러나 두둑한 쌈짓돈을 꿰차고 있는 부호들에게는 오히려 호시절이 왔다. 경쟁자들은 사라지고, 달러 가치는 떨어져 기업을 쉽고 싸게 인수합병(M&A)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증시에서 1조 달러가 증발한 이후 인도의 억만장자 라탄 타타와 두바이 술탄인 아흐메드 빈 술라옘이 기업 인수에 나섰다.

인도 최대 트럭 및 버스 제조업체를 소유한 타타는 지난달 말 포드 자동차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 의사를 표시했다.

두바이 투자회사 두바이월드의 회장인 빈 술라이옘은 뉴욕 바니스 백화점을 인수하기 위해 일본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보다 높은 인수 가격 9억4230만달러를 부르기도 했다.

막대한 부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러시아 부호와 두둑한 달러 주머니를 찬 국부펀드도 M&A 시장에서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헨리 크라비스의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나 스티븐 슈워즈먼의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PEF)가 신용위기로 정면 타격을 받아 주춤하면서 `큰 손`의 행보는 신바람을 더하고 있다.

외국 인수자들이 올해 8개월 동안 발표한 미국내 M&A 규모는 2810억달러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에는 3494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외국 인수자의 인수 거래는 미국내 M&A 계약의 26%를 차지해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PEF가 발표한 인수 거래는 지난달 192억달러로 급감했다. 지난 6월에는 1311억달러, 7월에는 874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신용위기로 PEF의 LBO가 타격을 받으면서 수수료 수입을 우려했던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부호들 덕분에 어깨춤을 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M&A 자문으로 전세계에서 M&A 거래 9796억달러를 성사시키면서 투자은행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씨티그룹은 9252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고 모간스탠리, JP모간, 메릴린치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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