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플 초콜릿과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

[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神의 재료에 더해진 情의 마법… 사르르~ 사랑이 스며드네
  • 등록 2007-02-09 오후 12:00:00

    수정 2007-02-09 오후 12:00:00

▲ 내 마음 속에 있는 당신에 대한 사랑처럼 예쁜 바구니에 담은 트뤼플 초콜릿. 필자에게는 어린 유학시절 지독한 향수병을 달래줬던 친구들의 ‘우정의 초콜릿’이기도 하다. 음식 김노다ㆍ사진 김상영
[한국일보 제공] 친구란,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존재감만으로 큰 힘이 된다. 기쁠 때는 물론이고 슬프거나 아플 때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게 하는 그런 이상야릇한 힘을 가진 존재.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존재….
일본 유학시절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어렸을 적 몇 년간 일본에 거주했던 덕분에 낯선 타향 땅에 초등학교 친구가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탓인지 내 몸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마 자취생이나 유학생 등 집을 떠나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나 또한 엄마가 막 해주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밥 한 그릇에 뜨끈한 국물을 떠먹으며, 옆에서는 말이 없이 걱정스레 나를 보시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간을 지내고 있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내 고마운 친구들 아키라와 타이라가 나를 위해 기운을 내라며 무언가를 사온 것이 아닌가. 뚜껑을 열어보니 참 못나게 생긴 팥고물 경단 같은 것이 들어있다. 입에 하나를 베어 무니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운 초콜릿에 씁쓸한 맛까지 더해진 초콜릿. 손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정신없이 먹었다. 마법이라도 부리는 양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을 뿜어내는 초콜릿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몸에 감격스러운 음식이라 더 맛있었을까. 그 후로도 친구들과 함께 그 제과점을 여러 번 찾아가 그 맛을 즐기게 되었고, 어느덧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게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학교인 I.C.I.F에 현지 요리를 배우러 떠나게 되었다.

그 곳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이탈리안 룸메이트는 한동안 일본 만화에 심취되어 있어 나에게 일본 만화에 대한 정보들을 연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항상 도움을 받기만 했던 자신이 미안했던지 하루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 왔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이탈리아 가정에서 먹는 음식들이 궁금하다고 답했고 그는 학교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자신의 할머니 집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와 난 흔쾌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주말에 그 녀석의 할머니 집에 가게 되었다.

너무나 따뜻이 맞아주시는 할머니께서 자신이 요리를 만드는 동안 뭐라도 조금 먹겠냐며 제법 큰 바구니에 종이를 한 장 깔아 한 아름 내어주신 초콜릿. 예전 친구들의 감동스런 초콜릿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다니. 또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예고 없이 찾아와 초면에 무례를 범하면서 할머니를 졸라 배워보았다.

일단, 3가지의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 생크림을 섞은 후 기다란 틀에 넣어 굳힌 뒤 가래떡 썰 듯 썰어내어 코코아 가루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놀랍도록 쉬운 요리법에 또 한번 감탄하며 제대로 맛을 보니 왜 카카오가 ‘하늘이 내려주신 신의 재료’라 칭해지는지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사실 카카오는 지독하리 만치 씁쓸한 재료이다. 여기에 섞이는 덩어리 초콜릿들의 진한 맛도 맛이지만 코코아 가루 역시 반드시 달지 않은 무가당 코코아 가루여야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까? 인절미 마냥 콩고물의 텁텁함 안에 쫄깃한 떡을 즐기듯 서양사람들도 텁텁하면서도 씁쓰레한 코코아 가루 사이로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부드러움이 흘러나오는 트뤼플 초콜릿을 사랑하는 가보다.

▲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
이것만으로 나의 이탈리안 가정 방문기가 끝나도 후회가 없으련만, 나를 위해 할머니께서 한껏 솜씨를 뽐내며 만들어 주신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는 시간이 다가왔다. 얼핏 보면 수프 같기도 한 이 요리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보쌈이나 김치찜 같이 덩어리째 푹~ 끓여내어 도톰하게 썰어내는 요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우유의 담백한 맛과 진한 향이 돼지고기를 감싸고 또 우유가 연육작용을 하여 씹는 감촉마저 못 느낄 정도로 훌훌 넘어가기까지 한다. 오래토록 사랑으로 끓여내는 정성이 있어서일까. 고기의 지방이 녹아내려 고기자체는 담백해지고, 끈적할 것 같은 국물은 시원한 감마저 돈다. 이렇게 먹고 있자니 보쌈을 응용하여 백김치와 함께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메뉴들은 나의 발렌타인데이 강의에 주 메뉴가 되고 있다. 사제 초콜릿을 사서 예쁘게 포장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음식은 본인의 정성이 들어갈 때 감동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친구들의 사랑하는 마음과 손자를 대하는 마음의 요리를 내어 놓으신 이탈리안 할머니까지, 그들의 정성이 있기에 나에게 그 요리들은 감동으로 돌아왔고 또한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답하는 사랑공식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물론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발렌타인데이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화이트소스 돼지고기와 트뤼플 초콜릿을 함께하며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이 날을 위해 또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 식탁을 차려내려 한다.

 
 
▲ 트뤼프 초콜릿
 
초컬릿 재료: 생크림100cc, 세미 다크 초콜릿200g, 다크초콜릿300g, 와일드베리쨈60g, 바카디2큰술

장식 재료: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슈가 파우더 적당량

초컬릿 다져서 녹이기
- 일단 다크초코렛은 잘게 다진다.
- 냄비에 생크림을 넣어 중불에서 실리콘주걱으로 끓기 직전까지 젓는다. 끓기 직전에 불을 끈 다음, 세미 다크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을 넣어 휘스크로 잘 저으면서 서서히 녹인다.
- 전체적으로 녹으면 와일드베리쨈, 바카디를 넣은뒤 역시 휘스크로 잘 젓는다.

주머니에 넣어 굳힌 후 자르기
- 냄비에서 스텐볼로 옮긴 후 얼음물에 중탕해 바닥면이 굳기 전에 재빨리 섞어준다.
- 뭉치기 시작하면 삼각주머니에 넣고 냉장고에서 약3~5분간 둔다.
- 넓은 쟁반에 두께2cm, 길이 6cm로 짜 놓은 다음 냉장고에 약 5분간 굳힌 후 적당한 크
기로 떡을 썰듯이 자른다.

코코아 가루 묻히기
- 큰 볼에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그 안에 잘라놓은 초컬릿을 굴리면서 옷을 입힌 후 살짝 굳히면 완성!
화이트 소스로 조려낸 돼지고기 (조리시간 : 약2시간)
재료: 돼지목살2근(1.2kg), 황토소금1g(없으면 구운소금)
화이트 소스: 우유 2리터, 월계수5장, 생로즈마리20g, 통후추1g, 감자2개


▲ 돼지고기 밑간하기, 재료 손질하기
 
- 돼지목살에 황토소금을 뿌린 다음에 손으로 문지른다. 실온에서 약15분간 재워놓고,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3cm 두께로 자른다.

화이트 소스 만들기
- 볼에 화이트 소스 재료를 모두 넣어 잘 섞어준다.

끓이기
- 중간냄비에 재워둔 목살, 생로즈마리, 월계수, 우유를 넣고 강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조절한 후 감자를 넣고 조려낸다. 국물에 목살 기름기가 떠오르면서 감자가 익으면 불을 끄고 목살을 건져낸다.

소스 조리기
- 남아있는 국물을 다시 약불에 올려 우유가 되직할 때 까지 조려준다.
찍어먹는 소스 곁들이기 : 요플레1개(100cc), 머스터드1큰술, 머스터드씨1큰술, 다진양파2큰술, 타바스코소스 1작은술을 골고루 섞어 낸다.

Cooking Tip
 
- 목살을 통으로 이용할 경우는 칼집을 넣어 유연하게 만든다. 생로즈마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수 있으며 1팩에 2,000원 정도다. 요플레는 플레인 요플레를 구입하는것이 좋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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