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미국의 파산보호법(Chapter11)이 경제 효율성 제고에는 일조했는지 모르지만 기업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파산보호가 일종의 `전염병`과 같다며 최근 미국 기업들이 부실경영을 파산보호로 넘겨보려는 세태가 만연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항공업계의 경우 항공사들이 채무 재조정과 유산 비용 감축을 위해 잇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바람에 업계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파산보호법은 다른 국가로부터 일종의 `불공정한 보호주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는 점도 되새겼다. FT는 지난 달 브리티시에어웨이(BA)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한 로드 에딩턴 경이 "미국은 `자유의 땅(Land of the Free)`이 아니라 `무임승차의 땅(Land of the Free Ride)`으로 다시 명명돼야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다시 인용했다. 파산보호제도가 자유무역에 어긋나는 국가 보조의 또 다른 형태이며 구조조정이 절실한 산업을 오히려 팽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난이다.
FT는 또 기업의 운명이나 정책을 판사의 재량에 맡긴다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파산법 개혁 법안 자문을 담당했던 존 맥마이클은 "의료보험이나 연금과 같이 중대한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아무런 상관이 없는 판사에게 맡겨도 되느냐"면서 법원에 이같은 결정권을 주게 되면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파산보호법(Chapter 11)이 어떤 식으로 개정되든 그 자체로 기업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자자들의 신뢰에 크게 의존하거나 인재가 가장 큰 자산인 사업의 경우 파산보호 하에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최근 금융스캔들로 명성에 치명타를 입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레프코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월드컴 파산을 담당했던 마르시아 골드슈타인은 항공업계를 지적하며 "파산보호법(Chapter 11)이 근본적으로 바로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예를 들면 고유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파산보호법은 또 다른 형태의 협상이라고 FT는 주장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결론은 법정에서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법원에서는 합의되지 않은 부분을 강제로 봉합시킬 가능성이 높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FT는 파산보호법 하에서 법정이 문제를 빨리 해결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복잡한 문제를 현명하게 푸는 방법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라자드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배리 리딩스를 인용해 FT는 "파산보호법하에서 잘되는 기업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기업이 회생할 이유가 없다면 파산보호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