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게임기 설계자였던 J 앨러드가 ‘쿠리어’라는 듀얼 스크린 태블릿PC를 기획한게 2년전이다.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하게 제거한 PC 보조 기기였다. 하지만 ‘모든 기능을 포용하는 초극강 윈도즈 철학’에 위배되는 것으로 낙인찍히면서 ‘쿠리어’는 조용히 사그러들었다. 빌 게이츠가 설사 “Go” 사인을 줬다해도 아이패드 대항마로는 태부족이었을 것이란 게 실리콘 밸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쿠리어’ 증발 사건을 좀더 깊게 살펴보면 MS 최상층부의 고질적인 난국 상황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대표이사 스티브 발머는 앨러드의 신제품 기획안을 놓고 어찌할 지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다. 결국 그는 친구이자 은퇴한 전직 보스 게이츠를 불러 함께 생각해보자는 묘안을 짜냈고 앨러드를 포함한 3자 회담을 추진했다. 여기서 게이츠는 일방적으로 앨러드의 기획안을 묵사발 낸 것이다.
이 한편의 코미디를 보면 아이패드 출시 2년이 넘었음에도 변변한 대항마 하나 내놓지 못하는 스티브 발머의 자리 유지 비결이 바로 책임 떠넘기기라는 ‘꼼수’임을 알수 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전세계 PC 시장의 패권자 MS가 몰락의 길을 자초한다는 생각이다.
또 3명씩이나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두고 있는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직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짓밟기 일쑤고 밥그릇 챙기려는 부서 이기주의와 권위주의 때문에 신제품 개발은 그림의 떡이라고 폭로했다.
브래스의 글은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창조력을 잃어가는 MS의 폐부를 정확하게 진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건만 MS와 관련한 소식은 달라진게 없다.
빌 게이츠는 2007년 스티브 잡스와 함께 출연했던 월스트리트저널과 대담 인터뷰에서 “미래는 타블렛 피씨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실제 2001년 컴덱스에서 스타일러스를 동원한 최초의 태블릿 노트북 PC를 소개했던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은 모두 10년전 개발해놓은 윈도즈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나머지 사업부서는 모두 ‘깨진 독’ 신세일 뿐이다.
지난 10년동안 디지털 음원과 전자책, 스마트폰, 온라인, 검색엔진 그리고 태블릿PC 등의 사업을 책임졌던 MS 고위 임원들이 모두 떠나간 사실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대기업이지만 창조적 정신이 살아나지 않는 한 그 미래의 생존 여부는 짙은 안개속 질문으로 남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