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베어스턴스에서 해고된 리서치 애널리스트 스코트(가명·36)씨는 금융위기 1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금융위기 발생 2개월만에 해고된 후 수개월 간의 구직 활동 끝에 올해 초부터 작은 투자회사에서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 들어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함께 해고된 다른 동료들도 상당수는 일자리를 찾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위풍당당하던 월가 금융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리먼 사태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얘기다.
스코트 씨는 "위기가 끝났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은행들은 여전히 부실을 안고 있고, 월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 월가 곳곳에 사무실 임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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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5일 리먼브러더스는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직원들은 종이박스에 개인 짐을 챙겨 하나둘씩 이 건물 사무실을 떠났다. 스코트 씨를 비롯한 맨해튼의 금융인들은 측은한 눈빛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에 불과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이어 베어스턴스, 메릴린치까지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1년 동안 월가에서는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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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2명이 일하는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면 월 2000달러 아래로도 몇개의 사무실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인 존스랭라살은 월가가 위치한 맨해튼 남부의 사무실 공실률이 내년 20%에 달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빈 사무실이 지금보다도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대중지 메트로는 뉴욕판 신문에서 이같은 전망을 전하면서 "예술가들도 월가에 작업공간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비꼬기도 했다.
◇ 상업용부동산 등 남은 문제들
베어스턴스에서 해고된 스코트 씨의 말처럼 금융위기가 끝났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볼 수 있더라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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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은행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제2차 금융위기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대출자들의 자금 사정은 계속 어려워지고, 이는 연체와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져 은행들의 회계장부를 더럽히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경기회복에 대해 대체로 낙관하면서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문제는 경제에 어려운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지표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안도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소비 위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소비의 출발점인 고용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9.7%를 기록했다. 2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리먼브러더스가 붕괴된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완전히 걷히지 않은 모습이다.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월가에 긴장감이 계속 감돌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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