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믄장 아기는 가난한 집 셋째 딸이다. 연극은 '검은 나무그릇'을 뜻하는 이 착한 아이가 자라며 겪는 고난을 따라간다. 관객이 참여해야 이야기가 완성되는 대목이 많다. 객석은 "쉬~ 쉬~"바람 소리도 내야 하고, "철썩 철썩~" 파도 소리도 보탠다. 부채로 바람을, 파란 천으로 파도를 일으키는데 어린이 관객은 깔깔대며 호응한다. 나중엔 깊은 산속 짐승 소리까지 알아서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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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믄장 아기는 초경(初經)을 "가랑이 사이에 뻘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하는데, 위기의 순간마다 그 꽃자국(핏자국)난 손수건이 그녀를 돕는다. 숟가락으로 물허벅을 두드려 내는 음악, 뜨거운 밥을 먹는 것 같은 연기, 한 배우가 세 남자 역을 초고속으로 왕복하는 대목에서도 객석 반응이 좋았다. 배우의 몸이 얼마나 다양한 풍경과 소리를 만드는지 확인하게 되는 연극이다. "여기까지 살아온 건 자궁 덕"이라고 말하고, 아동 관객들에게 벼(쌀)가 뭔지 설명해주는 등 교육적인 부분도 있었다.
▶4월 20일까지 대학로 씨어터디아더. (02)969-3997
연극 '가믄장 아기'. /극단 북새통 제공=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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