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집값은 들불처럼 올랐고 정부는 대책을 퍼부어댔습니다. 이 전쟁 속에 강남과 신도시 다주택자는 수억원을 거머쥐었지만 무주택자들의 손엔 절망만 남았습니다. 참여정부 초기만 해도 서민들에게 집값 문제는 배 아픈 문제였지만 이제는 배 고픈 문제가 된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8·31대책)는 정부의 공언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셈이죠.
◇8·31대책의 실패
"강남 재건축값 상승, 분당·평촌 집값 급등(1-3월)→3·30대책→버블세븐(5월15일)→전셋값 급등(8-9월)→집값 폭등(9-10월)→11·15대책" 올 부동산시장의 자화상입니다.
8·31대책 후 잠잠하던 집값은 연초 재건축 규제완화 움직임과 판교분양(3월하순-4월중순)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탑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세를 꺾기 위해 재건축 추진절차를 까다롭게 규정한 3·30대책을 내놓습니다. 이와 함께 '집값 거품이 꺼질 수 있으니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합니다.(버블세븐)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은 8월말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다시 불안해 집니다. 전월세난이 시작된 거죠. 전월세난은 서민들의 내집 마련 조급증을 부추기면서 집값 폭등세로 연결됩니다. 여기에 은평과 파주신도시 고분양가는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합니다.
정부는 집값폭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정책 기조를 180도 바꿉니다. 그동안 후순위로 밀렸던 공급확대책이 선순위로 올라선 것이죠. 추병직 전 건교부장관은 공급확대책을 밀어 부치기 위해 청와대와 조율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검단신도시(10월23일)를 전격 발표합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투기수요를 집값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세금폭탄 만들기에 정신을 팔아왔는데 한계점에 봉착하자 공급확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죠.
공급확대책이 메인 카드로 등장한 것은 정부가 공급부족을 집값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공급부족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주택공급 물량은 2002년 66만가구, 2003년 58만가구에서 2004년과 2005년에는 46만가구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올해도 40만가구 안팎에 그칠 전망입니다.
◇반값아파트로 승부
정부는 새 아파트를 '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이' 지어 집값 불안을 해소한다는 계획(11·15대책)을 세웠습니다. '더 많이' 짓기 위해 2기신도시 6곳의 공급물량을 종전보다 4만3000가구(총 34만1000가구) 늘리기로 했습니다. 수도권 택지지구 공급물량을 모두 합치면 향후 5년간 86만7000가구가 공급됩니다.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행키로 했던 후분양제를 1년간 늦췄으며 택지개발기간을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집값 안정은 미지수
새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고 공급물량을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전문가들은 신도시에서 공급물량이 쏟아지면 집값이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있습니다. 수급불균형 때문이지요. 해법은 재건축 층고와 용적률을 풀어주는 것인데 정부는 얘기도 꺼내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부동산 값 안정을 낙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동성 문제입니다. 당국이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돈 빌려 집 사기 쉬운 상황이고, 연간 수십조씩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부동산시장의 젖줄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3년간 풀린 보상금만 37조원에 달하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0조원이 넘는 돈이 풀립니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내년 집값만 잡으면 향후 5년 이상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만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