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리스,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 사퇴…美 의회 표류 장기화 우려

당내 강경파 설득 실패에 하루 만에 후보직 내놔
이스라엘 지원·예산안 처리 등 차질 불가피
  • 등록 2023-10-13 오전 9:41:01

    수정 2023-10-13 오전 9:41:01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던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이 당내 분열을 수습하지 못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스라엘 지원과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 의회 공전 우려가 더욱 커졌다.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사진=AFP)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스컬리스 의원은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 자리에서 사퇴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그는 전날 경선에서 당내 강경파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 지지를 받은 짐 조던 의원을 꺾고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로 내정됐다.

스컬리스 의원이 하루 만에 후보에서 사퇴하게 된 것은 당내 분열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선 이후에도 강경파 의원 10여명은 스컬리스 의원을 의장으로 뽑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하원의장으로 선출되기 위해선 재석의원 과반(217명 이상)에게 표를 받아야 하는데 공화당(221석)이 원내 다수당이긴 해도 반란표가 5표만 나와도 의장 선출을 저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스컬리스 의원은 전날부터 당내 강경파 설득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컬리스 의원은 “하원에는 의장이 필요하며 우리는 하원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며 “하지만 해소해야 할 분열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강경파를 겨냥한 듯 일부 의원이 ‘자신만의 의제를 갖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차기 의장으로 가장 유력했던 스컬리스 의원이 낙마하면서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의장 해임으로 촉발된 미국 하원의장 공백 상태는 더욱 길어지게 됐다. 애초 하원은 전날 의장선거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공화당 분열로 무산된 후 다음 투표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국내외 상황이 결코 한가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이스라엘 지원만 해도 새 의장이 선출되기 전까진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어렵다. 또한 다음 달 17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이 연방정부는 국방·교통·보건 등 필수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을 맞는다.

미 정치권에선 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패트릭 맥헨리 하원 임시의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임시의장은 차기 의장 선출에 관련된 권한밖에 행사할 수 없지만 이스라엘 지원 등 시급한 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나 공화당 강경파에선 이 같은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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