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시는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임옥상 화백의 작품인 남산 기억의 터 내 ‘대지의 눈’에 대해 “철거만이 답”이라며 4일 계획대로 철거할 방침이다.
|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와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이 서울시의 ‘대지의 눈’ 철거 결정에 반대하며 터 내 작품 ‘세상의 배꼽’에 보라색 천을 덮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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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날 이동률 대변인 명의로 ‘기억의 터 조형물 철거 관련 서울시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시는 남산에 조성된 기억의 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의 공간으로 다른 곳도 아닌 이 의미 있는 공간에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임옥상씨의 작품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은 생존해 계신 위안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란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이른바 ‘기억의 터 설립추진위원회(위원회)’는 편향적인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서울시가 하루빨리 임씨의 작품을 철거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그 어떤 장소보다 고결하고 진정성을 담아야 할 기억이 터에 도덕성이 결여된 작가의 작품을 존치한다는 것은 위안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아픈 과거 상처를 다시금 헤집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임씨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조형물에 표기된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3.8%에 불과했다”며 “작가 이름만 가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속이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 자체가 ‘기억의 터’ 조성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위안부는 물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기억의 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공간의 의미를 변질시킨 임씨의 조형물만 철거하는 것”이라며 “철거 조형물을 대신할 작품은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설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억의 터 공간의 역사성, 장소의 의미 그리고 국민참여 가치를 더 발전적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며 “위원회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헤아리시길 바란다. 그리고 하루빨리 조형물을 철거해 위안부의 삶과 뜻을 국민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위원회와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 발전시켜, 기억의 터를 과거의 아픈 역사를 함께 치유하고 가슴 깊이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