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두고 터진 중·러 리스크…尹 무거운 발걸음

[12년만 미국 국빈 방문]
尹대통령 로이터통신 인터뷰 발언에 중·러 모두 발끈
미·일은 밀착, 중·러는 갈등…신냉전 구도 고착화 우려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중·대러 외교정책 관리 관건
  • 등록 2023-04-23 오후 5:42:32

    수정 2023-04-23 오후 7:26:5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미국으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언급,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될 위기다. 특히 미국과의 밀착 행보는 한중·한러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지난달 한일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한미정상회담까지 미국·일본과 긴밀 외교에 나서는 데 비해, 중국·러시아와는 갈등을 빚으며 자칫 신냉전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상황에 대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측에서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 등 원색적인 비난이 나왔고, 우리 외교당국은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한 데 이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심기도 자극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불가`라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고 무기 지원에 나설 여지를 내비치는 발언을 했고,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에서 즉각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두 국가와의 경색 분위기가 길어지면 우리 외교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주요 우방국인 중국·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비협조적이나, 결국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나라들이기에 관계 개선이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가 주목 받는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 억제 강화`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 억제 강화는 곧 한반도 내 전략자산 상시 배치 등으로 연결된다. 아무리 북한을 겨냥한 조치라고 해도 인접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의 핵 공유 협의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 위협이 날로 높아지면서, 최대 동맹국인 미국으로 우리 외교 중심추가 기우는 것은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기 어려워진 만큼, 향후 대중·대러 외교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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