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韓기업 옛영광 되찾을까[중국은 지금]

현대차, 中서 '베이징현대' 아닌 단독 전시장 문열어
중국 시장 고전에 브랜드 고급화…친환경차 투자
경쟁력 잃어가는 韓기업, 중국 내 인기 시들
한중 무역규모 지속 성장…기업 전략 변화 필요
  • 등록 2022-08-21 오후 5:48:08

    수정 2022-09-07 오후 5:36:35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지난 몇 년 동안 현대자동차(005380)가 중국에서 계속 고전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차는 ‘베이징현대’의 주력 차종인 중소형 ‘엘렌트라’급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그 인식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3~4위권 브랜드인 현대차의 친환경, 고성능 경쟁력을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개선하려고 합니다.”

베이징 중심 왕푸징에 자리잡은 현대차 시티스토어. 사진=현대차 제공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법인 대표(총재)는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의 중심 왕푸징(王府井)에 문을 연 시티스토어에서 기자를 만나 이처럼 말했다. 시티스토어는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와는 별도로 현대차가 문을 연 첫 단독 전시장이다.

이 총재는 “중국 시장을 좀 더 세분화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차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완하려고 한다”며, 택시와 중소형차로 굳어진 중국 내 현대차의 이미지를 고급화·친환경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 중국 내 이미지 고급화…친환경 집중

현대차 시티스토어에는 수소전기차 ‘넥쏘(NEXO)’, 고성능 N 브랜드의 ‘i30 N TCR’ 레이싱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팰리세이드’ 등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현지생산이 아닌 한국에서 생산해서 수입하는 비교적 고가의 제품들이다. 현대차는 연내 베이징에서 제네시스 쇼룸 개장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중국 진출 20주년을 맞이하는 현대차는 과거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중국에서 급성장했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판매량은 하락세다. 2016년 114만대에 달했던 판매는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 이후에 2017년 78만대, 2018년 79만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38만5000대에 그쳤다.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대표. 사진=신정은 특파원
업계에서는 이같은 판매하락이 결코 사드의 영향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이 커지는 만큼 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뛰어들었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게다가 중국 로컬 기업이 급속도로 품질을 개선하면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앞세웠던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또한 성장하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을 초기에 잡지 못했다. 테슬라가 100% 지분으로 상하이에서 기가팩토리를 만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현대차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내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최초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기지인 ‘HTWO’를 중국 광저우에서 준공하고 있으며 올해 말 이후 생산 투입할 예정이다. 전기차 모델의 중국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다.

韓기업, 중국 시장 경쟁력 잃어…전략 변화 시급

현대차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해 빠르게 성장했던 한국기업이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중국 내에서 화장품, 유아 식품 등 한국의 소비재 인기도 시들해졌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 따르면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2016년 27%에 달했지만 2020년 18.9%로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3%에 그쳤다.

대중 무역수지도 지난 5월 처음 적자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 위축에 따른 중간재 주문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한국 기업의 경쟁력 하락이 무역적자를 구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1년 기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7위에 해당하는 주요국 점유율 변화 표시. 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은 지난 2013~2019년 7년 연속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아세안 제외)를 기록했으나 최근 2년동안에는 대만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 중국 수입 시장 내 점유율을 보면 미국(-1.7%p)과 일본(-1.5%p)보다 한국(-1.9%p)이 더 많이 하락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많은 한국 기업은 다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이에 현대차와 같은 전략의 변화도 감지된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과감하게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하고 반도체에 ‘올인’해 매출 신장을 이뤘듯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일어설지 주목된다.

투신촨 중국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한중 수교 30년 동안 무역규모가 47배 넘게 성장하는 등 양국간 경제적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중국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고, 한국 기업들은 변화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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