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자격 강화에…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단지 ‘거래 스톱’

재산권 행사 제약 우려…안전진단 전 단지는 매수세 몰리면서 가격 올라
  • 등록 2021-06-13 오후 3:23:21

    수정 2021-06-13 오후 9:47:53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사업 초기 단계로 앞당기기로 하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안전진단 통과 후에도 사업 진척이 더딘 경우가 많은데 이번 조치로 거래까지 꽉 막히면서 재산권 행사가 한동안 제약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안전진단 통과 전 단계 단지에는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 변경을 발표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서 안전진단 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시점에서 정비구역 지정 후 시·도지사가 정하는 기준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안하기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서울에서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를 사도 입주권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법제화를 하더라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단지에 대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달리 설정할 수 있어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이더라도 새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때 예외를 두기로 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이 있다.

이로 인해 재산권 행사 제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남구의 한 공인 대표는 “은마의 경우 2010년 안전진단 통과 후 11년이 지났지만 조합 설립도 완료하지 못했다”며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 후에야 집을 팔 수 있다면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10∼20년까지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보다 사업 속도가 느린 재개발 추진 지역도 분위기는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성수동이나 한남동 등 재개발 구역에서도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며 “9월 입법 전까지는 혼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반면 안전진단 통과 직전 단계 단지에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도봉구 창동 주공17단지 인근의 한 공인 대표는 “9일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늘어났다”며 “여기는 안전진단 통과 전이어서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뚜렷한 노원구에서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1·3·9·11·13단지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양천구 신월동 신안약수아파트도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월 법제화 전까지 예비안전진단이나 1차 정밀안전진단 통과 단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재개발은 사업 초기부터 지위 양도 차단으로 대규모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비사업은 통상 10년 이상 소요되는데, 이번 조치가 되려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케 할 우려가 있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예외 적용도 불가해 결국 주택 매매 자체가 금지되는 셈”이라며 “이 때문에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소지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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