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경축사가 예상대로 ‘북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 대화 노력은 꾸준히’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데다, 아베 담화의 부정적 면을 부각하지 않는 원론적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다소 애매한 대북·대일 외교상황을 자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메시지: ‘응징’보다 ‘대화’
먼저 대북 메시지는 정부의 투 트랙 기조인 ‘도발응징’과 ‘평화협력’ 중 후자에 쏠린 듯한 인상을 줬다. 박 대통령은 북한 지뢰도발을 “겨레의 염원을 짓밟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도 비판을 간결히 한 반면, “지금도 기회가 주어져 있다”,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평화·통일 메시지의 수위를 더 깊이 각인시켰다. 더 나아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등 종전 제안들도 재차 확인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정부 최상위 목표인 ‘통일’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의 끈을 임기 후반기에도 놓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도 꽉 막힌 경색국면을 고려, 실효성 없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보단, 종전 제안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 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특히 이산가족 생사확인의 절박함을 거듭 강조하며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일괄 전달한 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절박감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일 메시지: ‘과거’보다 ‘협력’
대일 메시지도 그 어느 때보다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베 담화와 관련,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며 ‘과거형·모호한 사죄’라는 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는 과거사와 경제·안보 협력을 분리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을 견지해 왔고, 박 대통령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과거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 대일 메시지를 던지곤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사용, 더 이상의 비판을 자제한 채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며 ‘부정적’이 아닌 사실상의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는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라”고 강조한 건 한마디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민감한 한·일 간 현안에 ‘긍정적’인 모습으로 화답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광복절 ‘광폭’ 행보 주목
흰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은 박 대통령은 경축사 후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 시민들과 함께 태극기 플래시몹을 함께 했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두 번의 파도타기에 동참했다. 한반도를 상징하는 푸른색 재킷으로 바꿔입은 박 대통령은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BS 특집 생방송 ‘광복 70년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 1부에 출연, 가수 이선희 씨의 지휘 아래 1945년 태어난 해방둥이 합창단(1945합창단)과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1부 출연자 모두와는 애국가를 합창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제 광복의 기쁨을 완성하는 마지막 길이 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 모든 국민들의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1부 행사 종료 후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가수 지오디(god)와 엑소(EXO) 등 출연진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합창단원) 45명이 이북의 45명과 합쳐져서 평양에서 반드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부르고 싶다”는 한 여성 1945합창단원의 바람에 “꿈은 이뤄질 것이다. 오늘 행사는 통일의 한 마당을 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