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김사장이 본 현대차의 아쉬운 점

  • 등록 2010-03-17 오전 10:49:40

    수정 2010-03-17 오후 10:53:15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도요타 리콜사태로 미국이 한참 시끄럽던 지난 2월 12일. 뉴저지주 크레스킬(Cresskill)에서 자동차정비소 `퍼스트 오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준 사장(44)은 손님이 몰고 온 차량을 점검하다 깜짝 놀랐다.

차량이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ES 350 모델이었고, 주행거리도 고작 1만9000마일(3만577km)에 불과할 정도로 새 차였지만 엔진오일의 누유 현상이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차량에 워런티가 남아있어 손님에게 렉서스 딜러점에 차를 맡기도록 하고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전화를 건지 정확히 9분50초만에 렉서스가 보낸 견인차가 정비소에 도착했다.

리콜 사태로 도요타와 렉서스 딜러들이 저녁 8시까지 비상 연장근무를 서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보통 때 1~2시간 걸리던 견인차가 10분도 안돼 도착하자, 김 사장은 또 한번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사장은 이번 리콜 사태가 터지기 훨씬 이전인 2~3년 전부터 도요타의 품질에 의구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예컨대 엔진에 공기를 공급하는 `아이들 에어 콘트롤 밸브` 등이 잘 망가져 도요타 품질이 `별로`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에 김 사장은 현대차의 품질은 그야말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현대차가 싸구려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을 했고, 미국인 손님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차를 정비하면서 현대차의 품질이 도요타와 닛산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사장은 정비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기왕이면 현대차를 사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고, 지금까지 자신의 말을 듣고 현대차로 바꾼 미국인 손님이 십여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3월들어 도요타의 미국시장 판매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주 도요타 미국판매 법인의 돈 에스몬드 부사장은 3월들어 8일까지 도요타의 북미 판매량이 전년비 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에드몬드 닷컴도 도요타의 3월 판매량이 전년비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도요타의 리콜사태가 지난달 하순 도요타 사장의 미 의회 청문회를 기점으로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요타의 3월 판매량 증가는 제로금리 할부금융과 같은 강력한 인센티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 `약발`이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사장 역시 도요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스컴의 영향도 있지만 도요타에 고개를 흔드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금이야 말로 현대차(005380)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단, 한가지 현대차의 아쉬운 점은 사후 서비스라고 말했다. 워런티를 받으러 가면 딜러들이 불친절한 경우가 많고, 사후 관리가 도요타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 서비스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현대차가 오히려 더 크게 도약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품질 못지 않게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고객의 충성도는 메이커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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