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세계정상 탈환하나..에어버스에 또 승리

노스웨스트서 21억6000만불 수주
2주간 무려 152억달러 계약..에어버스 추월 발판
  • 등록 2005-05-06 오전 11:54:25

    수정 2005-05-06 오전 11:54:25

[edaily 하정민기자] 세계 2위 상용 항공기업체인 미국 보잉이 EU 에어버스에 뺐겼던 세계 정상 위치를 탈환하기 위해 쾌속 질주하고 있다. 보잉은 5일(현지시간) 미국 4위 항공사 노스웨스트로부터 21억6000만달러의 수주를 따냈다. 보잉은 지난 2주간 무려 세 번이나 에어버스를 물리치고 대규모 항공기 수주에 성공해 에어버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잉의 잇따른 수주전 승리와 관련, 올해 에어버스를 누르고 세계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격을 맞은 에어버스는 초대형 비행기 A380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맞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세계 항공업계 황제 자리를 놓고 벌이는 보잉과 에어버스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잉 "에어버스 고객, 나에게로 오라" 보잉은 최근 2주간 무려 152억달러의 신규 계약을 성사시켰다. 노스웨스트는 보잉에게 21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787드림라이너를 18대 발주했다. 추가로 50대의 비행기를 구매할 수 있는 옵션 계약도 맺었다. 보잉은 지난달 26일에는 에어인디아와 777 23기와 787드림라이너 27기 등 총 69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인디아도 추가로 15대를 더 공급받을 수 있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은 하루 전인 25일에도 에어캐나다와 60억달러 상당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의 잇따른 승리는 단순히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에어캐나다는 오랫동안 에어버스의 최대 고객이었고 노스웨스트도 마찬가지다. 인도에서의 승리 역시 값지다. 에어인디아가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주문한 것은 지난 1996년이다. 보잉은 에어인디아가 근 10년만에 주문한 비행기 수주권을 따낸 것이다. 인도 항공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400대 이상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할 전망이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에어인디아의 수주를 얻기 위해 `개싸움` 이란 비난을 들을 정도로 피말리는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에어버스는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30%대에 그쳐 보잉에 크게 뒤졌지만 이후 사세를 급속히 확장, 2003년 점유율 52%로 보잉을 제쳤다. 작년에도 에어버스의 점유율은 57%을 기록해 42%에 머문 보잉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틸 그룹의 항공전문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수주 금액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에어버스의 고객이 보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IBC월드마켓의 마일스 왈턴 애널리스트도 "항공기 주문 움직임이 보잉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보잉의 성공비결 "공격적 마케팅과 과감한 베팅" 보잉의 성공비결은 공격적 마케팅, 성능 개선, 항공시장 전망에 대한 과감한 베팅으로 요약된다. 보잉은 에어버스에 빼앗긴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항공기 가격을 대폭 낮췄고 지난해에는 최고 판매책임자도 교체하며 수주 전쟁을 대비해 왔다. 보잉은 오랫동안 에어버스의 고객이었던 에어캐나다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마케팅 책임자의 교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세계 항공시장 전망에 대한 과감한 베팅도 빠질 수 없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세계 항공시장 전망을 서로 다르게 평가했고 비행기 개발에도 양사의 이질적인 전략이 투영됐다. 보잉은 세계 항공 수요가 일정부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다양한 목적지로 날아갈 수 있는 중소형 항공기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에어버스는 여전히 수요가 많다며 저가로 세계 주요 도시를 다닐 수 있는 대형 항공기 개발에 주력했다. 보잉 측은 잇따른 수주전 승리가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에어캐나다는 먼저 에어버스 A350 구매를 검토했으나 연료 비용과 크기 면에서 보잉 기종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해 보잉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전 승리의 원동력이 된 787 드림라이너는 동체 및 날개의 소재로 기존 알루미늄 대신 탄소 복합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기존 중형 항공기에 비해 연료비는 최대 20%까지, 정비비는 최대 30%까지 절약할 수 있는 등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은 기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앨런 머랠리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승리는 보잉 항공기가 새롭고 성능이 좋으며 효율적이란 사실을 나타낸다"며 자랑했다. ◇에어버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A380에 사활" 일격을 맞은 에어버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에어버스는 최근 승객 840명을 태울 수 있는 수퍼 점보 여객기 A380의 시험비행을 성공시키며 반격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에어버스는 지난달 말 시험비행 당시 파리 시내 중앙광장에 설치한 대형 TV스크린을 통해 이륙 전 과정을 생중계하는 등 `에어버스 붐` 조성에 적극 나선 바 있다. A380은 에어버스가 대규모 장거리 노선 시장을 겨냥해 지난 11년 동안 무려 130억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야심작이다. 에어버스는 여객기 시장을 과대 평가해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보잉의 혹평에도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 에어버스는 여러 국가로부터 주문 계약이 들어오고 있다며 A380의 성공을 자신했다. 에어버스의 마케팅 책임자는 "보잉은 A380이 작은 여객기 시장에 너무 큰 비행기라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는 큰 비행기가 필요하다"며 "A380이 보잉의 747을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버스의 미국 지점 최고경영자(CEO)인 헨리 쿠프론은 "최근 수주전에서 졌기 때문에 전망이 좋지는 않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A380을 통해 본격적으로 만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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