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주, 밸류에이션 적절?

  • 등록 2003-02-21 오전 11:28:28

    수정 2003-02-21 오전 11:28:28

[edaily 김윤경기자] 미국 반도체주에 대한 밸류에이션(valuation;이익대비 주가수준)이 적절한 것일까. 최근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는 "그렇다"고 말한 듯하다. 모건스탠리는 18일(현지시간)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자일링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평균비중"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면서 인텔의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이며 새로운 제품 사이클이 시작될 경우 큰 수혜를 입을 수도 있으며 가격경쟁력과 비용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다음날 메릴린치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부정적"에서 "긍정적(slightly positive)"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반도체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적정 수준에 있으며 재고나 자본지출이 시장 수요가 증가할 경우 큰 폭으로 향상될 수 있는 단계에 있다며 상향이유를 설명했다. 또 인텔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하고 아날로그디바이시스, 맥심인터그레이티드, 대만반도체, 브로드컴 등 14개 반도체업체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했다. 이같은 소식을 호재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체 시장이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 1.19% 상승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두 증권사의 코멘트에 고무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신뢰해도 될만큼은 아닌 듯하다. 문제는 수요의 회복 여부.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수요회복의 증거는 매우 미약하며 투자의견 상향은 이를 기반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도 IT 지출이 올해 3%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이 적절하다는 말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생겨난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아담 파커는 아직까지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하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주가 굉장히 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반도체주의 펀더멘털을 비교, 분석하며 추세상 밸류에이션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그는 인텔의 매출과 순익마진 증가 속도가 완만한 만큼 현 주가가 큰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텔의 주가수익비율(P/E)는 33배로 10년 평균 P/E 25배에 비해 30% 가량 높다. 파커는 인텔을 매수할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파커는 그러나 P/E가 45배에 달하는 아날로그디바이시스는 매수하라고 말한다. 펀더멘털에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아날로그디바이시스의 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상회했고 마진율이 호전되고 매출이 업계 평균치에 비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 주가는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내셔널시티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슨 벨로칠로는 현재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2~3개월 전에 비해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매수해야 할 만큼은 아니라고 밝혔다. 벨로칠로는 반도체주의 펀더멘털이 적어도 다음 두 분기 동안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 주가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더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매수시점은 반도체주의 주가가 현재보다 20~30% 낮아졌을 때"라고 말했다. 한편 조만간 반도체주가 어쩌면 "상당히" 움직일 수 있는 "와일드카드"가 하나 있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는 휴렛팩커드(HP)의 실적발표가 그것이다. 지난 주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델컴퓨터가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자 5.8%나 뛰어 올랐던 점을 감안해 볼 때 HP 역시 지수가 움직일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벨로칠로는 밝혔다. 하지만 실제 반도체업계가 전하고 있는 소식은 암울한 것이 대부분이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85년 이래 처음으로 감원에 나서 인력의 10%를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내셔널세미컨덕터도 5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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