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17일 국내 국고채 시장은 간밤 주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로 확인된 미국 경기 둔화를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미국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잇따른 미국 경제지표 둔화 확인으로 채권 시장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고 1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50bp(1bp=0.0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 경기둔화 확인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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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지난주 대비 1만3000명 증가한 2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석 달 만에 가장 많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2만명을 상회한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둔화에 이어 노동시장마저 냉각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급락했다. 간밤 재고 증가와 수요 둔화 우려에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3.76달러(4.90%) 급락한 배럴당 72.9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월6일 이후 최저치다.
경기 둔화를 재차 확인한 미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각각 10bp, 7bp 하락한 4.44%, 4.84%를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1월 금리 인하 확률은 전일 0%에서 2.1%로 높아졌고 3월은 24%에서 32.7%로 커졌다. 5월은 49.6%로 절반에 가까워졌다.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국내 국고채 시장 역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국고채 3년물 기준 추가 금리 하락이 이어지며 3.6%대 하단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두 달 보름 만에 3.7%대에 안착한 10년물 금리 역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시장의 금리 인하 프라이싱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경계감도 있다. 11월 FOMC 이후 지표물인 3년물은 37bp, 10년물은 48.9bp 하락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시장 변곡점이 왔지만 향후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을 시장이 전혀 주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르게 시장의 캐리 포지션 확보 움직임은 이뤄졌고 미국 CPI 발표 이후 뒤늦게 국고채도 랠리를 따라가는 중”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고채가 급락하면서 은행과 외국인은 이달 1조원 넘게 국채를 대거 순매수했다. 은행이 1조2500억원, 외국인 1조1833억원 각각 순매수한 가운데 은행은 3년물과 5년물을, 외국인은 2년물과 30년물을 집중 매수했다.
한 보험사 채권 운용역은 “시장이 너무 빠르게 인하 프라이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시장금리가 너무 빠르게 하락할 경우 연준 인사들이 긴축 메시지를 세게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강세장에 굳이 따라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