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말 기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시즌2 일정으로 강원을 찾아 평화 메시지를 부각했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방문해 △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관광 추진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등 한반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멸공’, ‘북한은 주적’ 등 연일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방문,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바라본 뒤 돌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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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16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강원 지역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라며 “2008년 이후 닫혀버린 금강산 관광의 문을 최대한 빠르게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산·금강산·고성·강릉에 이르는 동해 국제관광 공동특구를 조성하겠다”며 “세계인이 깊은 관심을 가진 DMZ 평화생태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남북한의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한반도 평화경제를 위한 교통망을 확충하겠다”며 “관광과 스포츠 등 비정치적 분야 교류부터 시작해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실용적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 상생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지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통일부의 명칭을 ‘평화협력부’ 또는 ‘남북협력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당연히 헌법이 정하고 있는 통일을 지향하는 게 맞다”면서도 “통일을 직접적 목표로 두기보다는, 사실상 통일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15일 강원도 최전방 지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청년들과의 토크 콘서트에서 “원래 군대를 안 갔다 온 인간들이 멸공, 북진통일, 선제공격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최근 ‘멸공’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매하고 인스타그램에 ‘멸·콩’ 해시태그를 단 윤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 부회장은 체중 초과로, 윤 후보는 부동시(不同視·짝눈)로 군 면제를 받았다. 윤 후보는 핵을 탑재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가정한 대응 방안의 하나로 ‘선제타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 역시 소년공 시절 왼쪽 팔에 장애를 갖게 돼 면제 처분을 받은 군 미필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해당 발언 끝에 “내가 좀 그런 느낌이긴 한데”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반공 시대 논리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려 하는데, 이는 시대착오적 선거 전략”이라며 “이 후보는 ‘평화’와 ‘경제’라는 두 축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