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시인 고은(84)이 노벨문학상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7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에게 돌아갔다.
올해는 고은에게 있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발표 하루 전날인 4일까지만 하더라도 영국 최대 베팅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고은의 배당률은 8대 1로 4위에 올라섰다.
노벨문학상 발표에 앞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올해가 고은에게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글을 쓴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올해뿐 아니라 고은은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다. 2000년 초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2010년에는 AP통신 등 외신들이 시인을 강력한 후보로 손꼽으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그해 노벨문학상은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돌아갔다.
2014년 제53회 ‘마케도니아 스트라가 시 축제’에서 ‘황금화관상’을 수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황금화관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1971), 에우제니오 몬탈레(1975), 셰이머스 히니(1995) 등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그 해에도 노벨문학상은 고은을 빗겨갔다.
여러 번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는 1970년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목도하고 현실문제에 눈을 돌렸다. 독재에 항거하는 재야운동가로 활동하며 4차례 구속되기도 한 시인은 남북통일을 위해 힘쓰는 민족운동가로도 명성이 높아 2000년 남북정상회담당시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해 기념만찬장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연작시편 ‘만인보’를 구상한지 30년만에 완간했다. ‘만인보’는 총 작품수 4001편에 전 30권 분량이다. ‘만인보’는 시인이 1980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 구상한 것으로 1986년 1~3권이 나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얼굴을 그렸는데 등장인물만 5600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부터는 영미, 독일, 프랑스, 스웨덴을 포함 20여개 국어로 시선 및 시선집이 번역됐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