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5월까지 벤조피렌 줄이지 않은 천연물의약품 생산 금지”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제약사 89곳의 99개 품목을 대상으로 오는 5월31일까지 ‘애엽추출물’ 함유제제의 벤조피렌 검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줄일 것을 지시했다. 쑥을 원료로 만든 동아에스티(170900)의 천연물신약 ‘스티렌’을 비롯해 같은 성분으로 만든 복제약(제네릭) 제품들이 벤조피렌 저감화 대상이다.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일동제약(000230) 등 국내제약사들이 대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벤조피렌은 발암물질의 일종으로 주로 300~600℃ 온도에서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 될 때 생성된다. 주로 식물을 원료로 만드는 천연물의약품은 원료의 가열과 건조 과정에서 벤조피렌 발생 위험에 노출돼있다.
식약처는 벤조피렌 노출안전역(MOE)이라는 계산식을 적용해 매일 해당 의약품을 평생 복용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위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음’(1일 최대 복용량 기준 벤조피렌 노출안전역 106 이상 확보될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까지 낮추라고 지시했다. 이 기준은 식약처가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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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식약처는 벤조피렌처럼 제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해외에서도 판매 중인 천연물의약품 중 상당수 제품도 벤조피렌이 검출되지만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식약처는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발표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천연물신약에 대해 국민 건강에 위해가 없도록 조속히 벤조피렌 저감화 등 적정한 조치를 하고 벤조피렌의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검토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스티렌의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제품이 80여개 쏟아지면서 벤조피렌 저감화 대상이 급증한 것도 식약처의 규제 강화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규제 대상 아니라더니” 반발..스티렌 제네릭 대다수 기준 미달
식약처의 벤조피렌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약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발적인 저감화를 유도하다가 이제는 규격 기준을 제시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생산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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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벤조피렌 저감화 대상 중 최근 오리지널 제품인 스티렌을 보유한 동아에스티가 식약처의 기준에 맞춰 벤조피렌 검출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릭 업체들이 5월까지 벤조피렌 저감화에 실패할 경우 스티렌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식약처 측은 “오리지널 제품인 스티렌의 벤조피렌 저감화가 성공한 것을 비춰보면 제네릭 제품의 저감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위해 가능성이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하고도 해외에도 없는 규제를 강제한다”면서 “해외에서는 문제 없는 제품이 유독 국내에서만 부적합 제품으로 낙인찍혀 수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천연물의약품의 벤조피렌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벤조피렌이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2013년부터 제약사들에 자율적으로 벤조피렌 검출량을 줄일 것을 권고했지만 제네릭 제품들의 저감화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돼 의무적으로 규격 기준을 준수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노출안전역(MOE, Margin of Exposure) : 독성이 관찰되지 않는 기준값을 인체노출량으로 나눈 값으로, 화학물질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다. 평생 복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