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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민정 기자] 혼자 있어서 외로운가? 혼자라 할 수 있는 일이 적은가? 지난 한 주 동안 만난 8명의 ‘나홀로족’의 대답은 한결같이 “아니!”였다. 때론 시간을, 돈을, 몸을 써가며 일상을 꾸려가는 이들이 나홀로족이다. 이름 하여 ‘솔로’(S.O.L.O.), 그 분주한 소비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셀프(self)
혼자의 삶은 주도적이다. 셀프에 방점이 찍혀 있다. 8명의 나홀로족도 셀프 성향을 강조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자취생활을 한 직장인 김태영(31) 씨는 “10년 넘게 혼자 지내면서 노하우가 쌓였다”며 “혼자라서 귀찮고 잊어버리는 일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공유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요즘엔 나홀로족 사이에서 새로운 광경도 눈에 띈다. 나누는 삶 또한 중요하다. 취업과 동시에 독립생활을 시작한 표윤진(29) 씨는 “미혼 직장인 중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장 보는 문제나 반찬을 만들고 관리비를 내는 일처럼 사소한 집안살림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online)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에서 일하는 김성미(33) 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퇴근길에 요기요로 저녁을 주문해둔다”며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배달시간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애용하는 청과물 가게는 SNS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받을 때도 있다. ‘당근 1개, 감자 2개, 사과 한 봉지 살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배달을 해주는 식이다.
▲저가(low price)
저가전략도 나홀로족의 가치다. 1인가구 3년 차인 학생 윤태수(28) 씨는 “치약 하나라도 더 싸게 샀다는 걸 알았을 때 뿌듯하다”며 웃었다. 자동차정비사 김시우(37) 씨와 보험설계사 윤정희(39) 씨가 “난 소파” “난 그릇”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저가라고 해서 무조건 싼 값만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자는 뜻이다. 나홀로족은 그만의 개성을 살리는 소비에는 적극적이다.
▲원스톱(one stop)
마지막 가치는 편리함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1인가구를 공략한 ‘한 끼 식사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홍연경 마케팅팀 대리는 “주부들의 편의를 고려해 볶음밥 재료나 탕 재료를 3∼4인용으로 만들어 조리만 할 수 있게 개발해둔 상품이 요즘 1인가구가 늘면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며 “일반 편의점이나 도시락전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도시락보다 제대로 된 ‘집밥’처럼 만든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홍대나 신촌 등 대학 인근에는 학생들을 비롯해 1인 가구가 늘어난 트렌드에 맞춰 편리성을 강조한 상점도 늘어났다. ‘1인식당’으로 유명한 신촌 이찌멘에선 무인기계로 주문과 계산을 해결한다. 칸막이 쳐진 1인용 식탁에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준다. 상수동 인근의 낭만 미용실은 앞머리 자르기, 구레나루 정리하기, 눈썹 정리하기 등 숍까지 갈 만한 일은 아니지만 혼자 하긴 번거로운 일들을 대신 해준다.
홍대 인근에서 11년째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박진희(35) 씨는 “혼자 살면 특히 식사를 해결하는 데 비용을 아끼게 되고, 비효율적인 식사를 하게 된다”며 “2∼3년 사이 이런 불편함이 해소될 만한 맞춤형 상점이 늘면서 홍대 인근이 나홀로족이 살기 편한 장소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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