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은행 간 재형저축 판매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금융당국이 엄중 경고에 나섰다. 재형저축을 각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제외하고,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경품 이벤트 등을 중단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재형저축을 판매 중인 은행들의 수석 부행장을 소집해 재형저축 과당경쟁 자제를 주문할 예정이다. 지난 5일 12개 시중은행의 리테일 담당 부행장을 불러 과당경쟁 자제를 요청했지만, 불완전판매와 실적할당 등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이번에는 수석 부행장들을 소집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재형저축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만에 6~7만건의 계좌를 유치했지만, 가입금액 자체는 많지 않다”며 “실적을 위한 1만원짜리 통장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6개 은행에서 지난 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재형저축은 이틀 만에 4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은행 직원들은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해 타인의 명의만 빌려서 자신의 돈으로 통장을 개설하는 이른바 ‘자폭통장’을 만드는 등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들의 KPI에서 재형저축 실적을 제외하고, 경품 추첨을 통해 해외 여행 등을 보내주는 과도한 캠페인성 이벤트를 중단하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실적을 할당하거나 거래 중소기업의 종업원들의 재형저축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 등도 현장검사를 통해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불완전판매를 우려해 KPI에서 재형저축을 제외한 일부 은행의 판매실적이 KPI에 포함시킨 은행보다 현저히 떨어지는데 그게 정상적인 판매량”이라며 “과도한 경쟁은 불완전판매와 꺾기 등을 낳을 소지가 커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