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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전용준 칼럼니스트] 한국 축구가 입싸움으로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핌 베어벡 국가 대표팀 감독과 지난해 K리그 우승팀 성남 일화의 김학범 감독.
핌 베어벡 감독의 독설에 대해 김학범 감독이 사사건건 일침을 가하면서 흥미진진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드디어 한국 축구도 ’싸움 구경‘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구경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한국 축구는 그동안 설전이 별로 없었다. 서로 감정은 있지만 한국 특유의 정서상, 안으로 삭이며 그저 술자리에서 뒷담화를 즐기는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프리미어리그만 보더라도 지난 시즌 우승을 향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설전은 대단했다. 경기는 90분 만에 끝나지만 이들의 설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서로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이 와중에 신이 난 것은 언론과 팬들이었다. 이들의 치고 받는 설전을 보면서 시소 형식의 기사가 대량 생산됐고 팬들도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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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감독이 조금 레벨이 낮고 카리스마가 떨어져 공격받기 쉬운 면도 있지만 현재 프로스포츠의 트렌드가 점차 불싸움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야구에서도 이미 김성근 감독과 김인식 감독이 설전의 중심에 놓여 있으며 시즌 초반에는 세뇰 귀네슈 FC 서울 감독과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이 서로 비판의 화살을 두어발씩 날린 적이 있다.
이런 설전은 개인적으로는 서로간에 앙금이 쌓이는 나쁜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스포츠의 발전과 내실을 위해 상당히 발전적인 모습을 구축할 수 있다.
때로는 벤치에 불려 들어오면서 감독에게 심한 어필을 한 선수가 경기 후 TV 토론을 통해 그 감독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설전을 벌이는 일도 있다.
“4강에 못들면 사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베어벡 감독에게 “한국축구를 아시아 4강으로 밖에 보지 않느냐”며 은근슬쩍 ‘그것도 카드냐’는 딴지를 건 김학범 감독.
장내에서 화려한 싸움닭의 면모를 보인 김학범 감독이 장외에서 더욱 목청을 높이면 높일수록 축구팬들은 즐겁다. 싸움 구경은 늘 즐겁다. 더 화끈하게 붙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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