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입냄새

  • 등록 2005-04-21 오후 12:20:02

    수정 2005-04-21 오후 12:20:02

[edaily] “입 냄새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얼마전 30대 직장여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 냄새를 없앨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사연인즉 외국인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입 냄새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다며 수업에 안 들어오겠다고 떼를 쓰고 있다는 것. 아이의 부모까지 찾아와 문제 삼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성격이 아주 예민한 아이가 트집을 잡는 것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는데 날마다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아 보기로 했다. 평소 깔끔한 성격이어서 치과에 들러 스케일링도 자주 받는데다, 식사를 하면 거르지 않고 이빨을 닦는 등 나름대로 치아관리를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항의를 받고 보니 ‘치아에 나도 모르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싶어 치과에 들러 검사를 해봤으나 잇몸이나 치아는 아주 건강하다는 것. 그리고 당뇨나 콧병 간질환 신장질환 등 입 냄새를 유발할 만한 다른 질병도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이 여성처럼 입냄새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특히 많은 고객들을 만나야 하는 영업사원은 심한 입냄새 때문에 고객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는 때가 많아 자칫 다 된 계약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업사원은 아니더라도 일반직장에서도 입냄새가 심해 동료가 얼굴 마주치는 것을 싫어한다면 사회생활에도 곤란을 겪게 된다. 입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면 대책이라도 세워보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기피대상이 되면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인기피증을 야기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입냄새의 원인을 오장육부중 위나 폐, 신장에 문제가 있거나 신경을 많이 썼을 때 등으로 보고 있다. 이중에서도 입에서 냄새가 나는 구취증(口臭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위열이 첫 번째로 꼽히고 있다. 위에 있는 열이 가슴속에 뭉쳐 있다가 입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입에서 냄새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 원인은 폐나 신장. 폐는 비린내를 관장하기 때문에 코나 편도 등 폐에 관련된 기관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입에서 비린내가 나게 된다. 또 폐기가 화기(火氣)로 인해 오랫동안 열을 받으면 비린내가 썩은 냄새로 바뀌게 된다. 썩은 냄새는 오장육부 중에서 신장이 관할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고개를 돌릴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냄새가 난다면 신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과다한 스트레스도 입냄새의 원인. 신경을 많이 써서 심신이 피로할 때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때도 입에서 비린내가 나게 된다는 것이 동의보감의 설명. 따라서 충치나 잇몸 등 구강에 염증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구강치료를 우선 하고, 입냄새를 유발하는 만성질환이 있으면 이를 먼저 치료한다. 구강질환이나 만성질환이 없는데도 입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오장육부의 균형을 잡아주는 한편 과다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취증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좋다. ▲비파엽=입에서 역한 냄새가 심하게 나서 가까이 하기 힘든 경우에는 찌꺼기를 제거한 비파엽 10g을 물에 팔팔 끓여 식힌 뒤 수시로 나눠 마신다. ▲승마=입안이 헐어서 입에 냄새가 날 때 승마를 달인 다음 소금을 넣어서 자주 입에 머금어 양치질을 하면 좋다. ▲향유=달인 다음에 즙을 내어 마시거나 양치질을 하면 치료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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