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은행장으로 추천된 김정태 행장이 "수신금리 인하"를 공식화했다. 국내 최대 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실질적"으로 하향 조정한다면 다른 시중은행들도 뒤를 이을 것이 분명하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는 채권시장 나아가, 금융시장 전반에 "중장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은행들의 채권운용 패턴이 바뀔 것이고 투신 등 제2금융권의 자금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권 채권 매수여력 확대
은행이 수신금리를 낮추면 조달금리가 낮아져 채권 운용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현재 1년 정기예금 금리는 6%선인데 김 행장의 말처럼 5%선 이하로 떨어진다면 현재 국고3년 수익률 5.5%대는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금리가 된다.
은행권 채권 딜러들의 "절대금리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그러나 수신금리를 낮춰도 은행들이 채권을 당장 사들이는 것은 아니다. 수신금리가 떨어지고 신규로 유입되는 자금부터 운용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은행권에서 자금이 이탈, 투신권으로 향하게 되면 채권 운용이 위축될 수도 있다. 이같은 변화는 점진적으로, 그러나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 전체의 파급효과
국민은행의 한 딜러는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낮추는 것은 단순히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다. 1년 정기예금 금리를 기준으로 운용계획을 세우는 모든 금융기관의 채권 운용 패턴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신사들도 자금을 끌어들일 때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50bp 높은 수익률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정기예금 금리가 내려가면 투신사들의 운용 여력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5%대의 은행 금리가 못마땅한 자금이 자발적으로 투신사 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각종 연기금과 정책자금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운용기준으로 삼는다. 채권을 살 때 수익률의 하한선을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로 하는 연기금도 많다. 은행 수신금리가 떨어지면 연기금역시 채권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커지는 것이다.
◇저금리 체제의 인정과 "패러다임"의 변화
김 행장이 합병은행장으로 추천된 이후 수신금리 인하를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시중 실세금리가 하향 추세를 나타내는 가운데서도 "합병"이라는 문제로 수신금리 및 대출금리 인하를 주저했던 부분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체제를 사실대로 인정하고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예대금리를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은행권의 저금리 체제 인정은 채권시장이라는 좁은 틀에서만 논의되던 "저금리"를 일상 생활 등 경제전반으로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개인과 기업의 자산운용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은행 수신금리가 5%대로 떨어진다면 당장 금리만으로 생활하는 돈 많은 개인들이 "새로운 투자수단"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투신권에 다양한 간접상품을 요구할 것이고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이나 각종 연금상품이 활성화될 것이다.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전문가"에게 자산운용을 위탁하는 경향이 정착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 주식 등 유가증권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삼성투신의 박성진 선임은 "당장 8월초에 발매되는 투신권의 비과세 하이일드 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이 채권시장과 금융시장 전체에 당장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더라도 점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