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은 가장 먼저 전략적 투자(SI) 펀드를 디지털 사업에 접목하면서 금융지주 간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신한 SI 펀드 운용사(GP)인 신한캐피탈 SI금융본부를 이끄는 정상훈 본부장을 만나 그룹 내 역할과 비전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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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본부장이 전한 조직의 역할이다. 느슨한 업무제휴(MOU)로 사업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기엔 경쟁이 심하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끈끈한 관계를 맺고자 전략적 투자까지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사 SI 펀드 1호 ‘순항 중’
SI금융본부는 신한캐피탈이 지난해 설립한 신설 본부로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략 펀드 운용을 담당한다. 작년 3월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금투·신한라이프·신한캐피탈 등이 약 3000억원을 출자해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결성한 이후 쉼 없이 투자하고 있다. 유망 기업에 투자해 금융 계열사들의 디지털 사업에서 협업하겠다는 전략으로, 국내 금융사 중 디지털 분야 SI 펀드를 운용을 시도한 건 신한이 최초다.
그간 1호로 투자한 곳은 커머스와 프롭테크,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18개 기업으로, 총 224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투자금융 역량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달에는 3000억원 규모 원신한 펀드 2호도 결성했다. 방향성은 같되 트렌드 변화가 있거나, 금융과 밀접하지만 그간 투자하지 못했던 영역, 1호 펀드 포트폴리오 중 팔로우온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 등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모든 투자의 관건은 그룹의 디지털 전략 방향에 맞느냐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배달 플랫폼 ‘땡겨요’ 사업에서 신한 SI 펀드로 투자한 인성데이타의 배달대행 서비스 ‘생각대로’를 활용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목적 자체가 재무적 이익보다는 전략적 시너지 가능성에 방점이 찍혀 있기에 초기가 아니라 성장성을 입증해낸 그로스 단계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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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금융본부는 펀드 운용뿐만 아니라 투자를 통해 그룹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으로 심사역 위주의 일반적인 VC들과 달리 각 계열사 출신 다양한 인력이 모여 있다.
투자 과정에서 동원하는 인력 범위는 더 넓다. 스타트업 한곳씩 만나고 투자하기까지 시작과 끝은 SI금융본부가 맡지만, 중간에 여러 소통 과정을 거친다. 그룹 차원의 전략과 맞는지, 각 계열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인지 소통해 최종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 본부장은 “은행·카드·금융투자·라이프 각 디지털 관련 부서들과 꾸린 협의체를 통해 함께 IR(투자설명회)을 가거나 잠재적인 투자 업체를 서로 공유한다”며 “AI, 블록체인 기업을 들여다볼 때는 석박사급 기술 전문가가 기술 측면을 분석한다”고 전했다. 이어 “디지털 사업을 총괄하는 김명희 신한금융그룹 CDO(최고디지털책임자) 및 각 그룹사 CDO들이 그룹 차원의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 업체와의 시너지에 대해 자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벤처투자를 하는 신한벤처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계열사들과는 무엇이 다를까. 정상훈 본부장은 “그룹 SI 펀드는 재무적 목적보다는 신한금융그룹과 투자업체가 어떠한 전략적 협업 포인트가 있는지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캐피탈의 투자 시너지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 초 블록 오딧세이에 투자한 뒤 금융권 최초로 NFT를 발행했고,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상품도 출시했다. 에이블리에서는 입점 사업자 대상 선정산 대출상품도 출시하면서 다방면의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번개장터와 카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신한의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급증하는 등 마케팅 성공 사례도 있다.
정 본부장은 “시장 각 분야의 리딩 플레이어들과 선제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협업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한의 디지털 생태계 확장에 도움이 되고 투자사도 성장할 수 있는 ‘윈윈’ 가능한 파트너들을 찾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