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亞!금융]'온라인 대출' 옥죄는 中…핀테크 업체 정조준

中 당국, 온라인 대출업체에 대출금 30% 적립하도록 규범
소액 대출 90%가 핀테크..핀테크는 은행과 제휴식으로 조달
"마윈 타깃설" vs "핀테크 규제 없는 성장에 위험성 커져"
  • 등록 2021-03-01 오후 1:59:21

    수정 2021-03-01 오후 9:37:04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중국 금융당국이 온라인 소액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때 은행보다 더 강한 힘을 휘두르며 중국 금융을 장악해왔던 알리페이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 등 핀테크 업체들의 힘을 빼겠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20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상업은행 인터넷대출 업무 규범화 통지문’을 내고 온라인 대출기관(핀테크)이 은행에서 빌리는 자금의 최소 30%를 적립하도록 했다.

온라인 대출기관의 경우, 은행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안정성을 위해 파트너 은행에서 빌리는 자금 30%를 최소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은행들에도 전체 대출 중 온라인 대출기관에 대한 대출을 50% 이하로 설정하라고 했다. 지역은행들은 지역 영업권 밖에 있는 온라인대출기관에 대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갑자기 이런 조치가 생기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2022년부터 적용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7월 은행들에 통보하기로 했다.
중국 은보감회가 내놓은 상업은행 인터넷대출 업무 규범화 통지문
이번 조치는 최근 5년간 치솟아버린 온라인대출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고민이 들어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 금융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신탁회사나 전당포, 사금융, 자산관리상품 등이 주도하던 그림자 금융(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권 금융)이었다. 하지만 핀테크들의 대출이 급속도로 커지자 핀테크 대출도 그림자금융의 큰 축으로 부상했다. 실제 중국 알리페이의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의 경우, 온라인 대출상품의 이용자가 5억명, 대출금은 1조7300억위안에 달한다. 하지만 앤트그룹이 이용자들에게 빌려준 돈 중 앤트그룹이 직접 조달한 금액은 2%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8%는 은행, 신탁회사, 증권회사 등과의 파트너십으로 조달한다. 앤트그룹은 중국 국영은행이나 상업은행 100여곳과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앤트그룹이 지난해 6월 말 소비자 대출 상품 ‘화베이(花唄)’와 ‘제베이(藉唄)’로 올린 수입은 285억8600만위안(4조8950억원)이다.

그런데 앤트그룹의 대출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은행들은 소득이나 다른 은행들의 대출기록,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기준 등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데, 알리바바의 경우 금융회사가 아닌 만큼 쇼핑정보 등 자체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대출을 해줬다가 돈을 빌린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100여 개의 다른 은행으로까지 위험이 번질 수 있다. 홍콩 매체 밍바오는 “중국 당국이 온라인 대출을 줄여 기존 은행이 흔들리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회장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이번 규제를 “앤트그룹을 불구로 만드는 격”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리서치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앤트그룹이 당국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540억위안(약 9조 2453억4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규제를 받지 않고 성장해왔던 핀테크기업이 이제는 은행 수준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궈수칭 중국 은보감회 주석은 “은행 대출의 90% 수준까지 온라인 대출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심도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이 아닌 과학기술영역 기업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났다가 금융부문의 잠재리스크를 키운 만큼, 이제는 감독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핀테크기업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효율성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당국으로선 핀테크의 혁신과 적절한 규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앤트그룹의 모습[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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