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된 한진해운 매출채권, 회수에 문제 없나?

  • 등록 2016-09-25 오후 2:16:00

    수정 2016-09-26 오전 8:29:06

[이데일리 김상윤 노희준 박종오 기자] 한진해운(117930)의 매출채권(받을 외상값)이 ‘구원 투수’로 활용되면서 한진해운의 하역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법정관리 이후 하역 작업이 한달 가까이 지체돼 화주(貨主)들이 대규모 클레임을 제기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매출채권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5일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003490)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의견을 종합하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매출채권 약 2억달러(2200억원)의 회수율은 50~80%정도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에 한진 그리스호를 입항·하역한 뒤 받은 매출채권의 회수율은 약 80%정도다. 화물 운송이 지체된 비용과 함께 일부 화물 계약은 최종 바이어에게 전달되는 비용까지 있어 이를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 위반에 따른 클레임으로 회수율이 더 떨어질 수 있었지만 블랙프라이데이 등 하반기 특수를 앞둔 화주들이 물건을 빨리 빼기 위해 적정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채권단 “매출채권 최소 50% 회수될 것”


문제는 공해상에 떠돌던 일부 선박은 스테이오더(선박압류금지) 신청이 늦어지면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국내 항구로 회항하는 경우 매출채권 대손률이 상당 부분 올라간다는 점이다. 화주들이 국내 항구에 도착한 화물을 다른 선사를 이용해 다시 물건을 부쳐야 하는 만큼 운송비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사외이사는 “여러가지 운임 디스카운트 요인 등도 감안할 때 매출채권의 최소 50%는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매출채권 중 500억원에 대한 선순위 담보를 설정했고, 대한항공도 매출채권에 대한 350억원을 후순위 담보로 잡고 한진해운에 대출을 하기로 한 것이다. 보수적으로 봐도 매출채권의 1100억원은 돌아올 만큼 850억원의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5차례나 이사회를 하면서 까다롭게 결론을 내렸다”면서 “회수 가능성을 감안해 지원한 금액인 만큼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장치도 곳곳에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크레딧라인(한도대출)을 개설해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만 500억원을 ‘예비재원’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매출채권에 대한 질권 설정도 했다. 매출채권을 하나로 모으는 집금계좌를 개설해 하역비가 들어오는 대로 산업은행이 먼저 500억원까지 회수하고,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회수하는 식이다.

후순위인 대한항공은 매출채권을 회수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감안해 한진해운 숙소와 사옥에 대한 추가 담보를 잡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서울·부산 사원숙소 시가는 600억원 정도인데 시중은행이 350억원 정도 선순위담보를 잡고 있어 150억원 정도 담보여력이 있고, 담보 설정이 없는 미국 애틀랜타 사옥도 포함시켰다”면서 “산업은행이 선순위담보를 전제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부동산을 추가로 담보 설정해 지원금이 떼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예상 웃도는 대규모 클레임 관건

그럼에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선 터라 모든 상황을 확신할 수 없다. 물류대란이 해소되지 못하고 오랜 시간 지체되면서 예상을 웃도는 대규모 클레임이 발생해 매출채권 회수율이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법정관리 개시 4주째부터 본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하역 지체가 길어지면서 용선료와 연료비 등 새로운 비용이 매일 24억원씩 불어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종길 성결대 동북아물류학과 교수는 “선사와 화주간의 거래는 개인 간의 상거래로 현재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며 “화주들이 시간이 지나 훼손된 화물에 대한 손해배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운송비를 상계하는 방식으로 매출채권의 가치를 바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순위 담보를 잡은 대한항공의 경우 자칫 대출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사외이사는 “배임여부를 판단할 때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만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대한항공 주주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고려해야한다”면서 “물류대란이 지속될 경우 포워더(운송주선인)들이 다 무너질 텐데, 이들은 대한항공과 상당히 많은 거래를 하고 있어 대한항공의 안전한 물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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