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百度)가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구글이 주름잡고 있는 유럽 시장을 택한 것이다. 바이두의 자신감의 저변에는 인공지능(AI)으로 새 판을 벌여보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선점해 정체된 검색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유럽인들, 구글에 싫증내기 시작”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최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미국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와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유럽의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이 미국보다 높은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유럽인들이 이에 대해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구글 이외의 선택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은 바이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IT 산업에서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를 주도해 왔지만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기술력이 무섭게 발전해 충분히 대체재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리 회장은 강조했다.
구글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바이두는 기존의 검색 비즈니스에서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AI 개발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AI에 기업의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리 회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인터넷 산업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고 이제 그 3번째 단계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인터넷은 3단계를 거쳐왔는데 첫 번째는 PC 인터넷 시대로 약 15년간 이어져왔다면 두 번째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약 4~5년의 성장 단계를 이어왔다”면서 “지금은 제 3막이 열리기 직전이고 이는 바로 인공지능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확신 아래 바이두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에 AI를 접목시켜 AI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물론 많은 자금과 엄청난 노력, 적지 않은 시간이 요구되는 분야다.
하지만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 바이두는 이 분야에서 이미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새로운 음성식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조만간 이를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탑재시킬 계획이고, 미국 그래픽용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Nvidia)와 손을 잡고 AI를 이용한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함께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AI 무인차 개발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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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최근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승인받았을 분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의 고화질 지도, 도로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 등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바이두는 또 오디오 시스템 제조사 하만과 함께 아마존의 에코 같은 인공지능 기기를 만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에코는 음성을 인식하는 디지털 비서 역할을 한다.
바이두는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딥러닝 연구소’를 세우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무인자동차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리 회장은 “바이두는 이제 AI 기업”이라고 규정하며 “우리의 AI 연구가 산업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진보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