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도전과 비전)⑤현대차 '환율·노사위기' 넘어라

환율하락에 파업에..이익률 4년연속 하락세
연초부터 노사갈등 최고조.."노조 비협조 걸림돌"
정몽구 회장 "특유 조직력으로 위기탈출" 주문
  • 등록 2007-01-08 오후 1:30:00

    수정 2007-01-08 오후 4:44:41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정말 어려운 문제죠. 휴~"

지난 달 14일. 기자와 만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사진)은 환율에 대한 질문에 대답 대신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6년째 현대차를 이끌어오고 있는 그이지만 이번 만큼은 가슴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현대차그룹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수출이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그만큼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품질을 더욱 높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원가절감 등 허리띠도 졸라매겠다는 다짐이지만, 코앞에 닥친 환율하락에는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차의 노사관계 악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노조가 성과급 삭감을 이유로 현대차 사장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현대차 노사관계는 이미 선을 넘어서고 있다.  
 
노사간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 그만큼 위기극복 노력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환율위기과 노사관계 악화 등 올해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환율·파업에 멍든 2006년 "너무 추웠다"

환율하락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초 환율하락을 우려해 과장급 이상 전직원들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임금을 동결을 결의하는 초강수까지 꺼내들며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또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달러결제 비중 축소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환율하락 속도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현대차(005380)는 환율하락에 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92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무려 40.4% 급감한 9889억원에 그쳤다.

수익성을 나타내주는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3년 9.0%에서 2004년 7.2%로 떨어졌고, 2005년에는 5.1%, 지난해에는 4.7%(1~9월)로 낮아지는 등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703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당기순이익은 396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대비 90.5%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 기아차(000270)는 4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지난 98년 경영정상화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원가절감 등 채산성을 높여도 환율이 조금만 떨어지면 엄청난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차가 환율하락에 이처럼 쉽게 노출되는 것은 사실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비중은 76%에 달한다. 아무리 유로 등으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헤징 매칭 등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매출 구조다.

게다가 부품국산화율은 97%를 넘는다. 부품 등의 수입을 통한 환율하락의 상쇄효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환율 하락분이 매출이나 손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현대차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12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경영계획상 기준환율은 950원으로 잡았지만, 벌써 달러/원 환율은 900원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작년 현대·기아차의 수출목표인 306억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출은 약 2조5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기준환율을 지난해보다 50원 낮춘 900원으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올해도 환율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또 엔화의 약세는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김동진 부회장은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우리는 불이익이 크다"며 "유로화, 파운드화 등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꾸고 있지만, 솔직히 환차손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환율위기에 노사갈등까지..'설상가상'
 
현대차의 노사갈등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성과급 50% 삭감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새해 벽두부터 울산공장 시무식장을 아수라장을 만드는 진통을 겪으며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 현대차 노조원들이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칙대로 생산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겠다'는 회사측 입장과 '회사측이 전액 지급을 약속했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측 입장이 대립각을 이루며 한치의 양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경영진은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바꿀 것은 바꾸고 가야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산이다.
 
김동진 부회장은 지난 연말 기자회견을 자청해 "노조와 함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이외에도 한미 FTA 반대 등 정치파업이 10차례나 했다"면서 "이런 회사가 어디 있느냐"며 노조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쳤다.
 
특히 김 부회장은 "노조가 협조한다면 달러/원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져도 영업이익률 5% 이상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며 노조의 비협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연초부터 노조의 반발과 생산차질을 감수하고서도 노사문제 해결에 올인하는 이유다.

◇"그래도 다시한번"..특유의 조직력으로 위기탈출

현대차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원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환율위기에 흔들리지 않을 근본적인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2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고객우선경영과 글로벌 경영 안정화를 목표로 삼아 도전하자"며 올해 판매목표를 전년대비 13.6% 증가한 427만5000대로, 매출은 전년대비 14% 늘어난 106조원로 잡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수익성이 좋은 중대형차 중심의 수출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 고수익성 차종 판매를 현재 55% 수준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10년에는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특유의 조직문화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환율리스크를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미 기아차의 슬로바키아공장이 가동했고, 미국 조지아 공장, 현대·기아차의 중국 제2공장, 현대차 체코공장 등도 건설이 진행중에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미 등에도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를 검토중이다.

현재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26.3%에 불과하다. GM과 도요타가 전체 생산량의 46.7%, 37.3%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과는 아직 차이가 크다. 그만큼 환율변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으로 해외생산기지를 추가해 오는 2010년에는 총 600만대 생산중 절반인 300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려고 하면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 있고, 특히 환율 리스크에 너무 많이 노출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는 어려운 고비일수록 전 임직원이 일치 단결해 강력한 결집력을 발휘하는 특유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특유의 조직문화가 올해도 빛을 발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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