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제프리 페퍼 "한국, 적대적 노사관계 반드시 해결해야"

"노사, 공동 목표 추구해 신뢰 구축해야"
"중앙집권적 기업문화는 한국 기업의 약점"
"경쟁상대인 중국에 대한 과도한 집착 버려야"
  • 등록 2005-09-06 오전 11:50:07

    수정 2005-09-07 오전 11:08:29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한국 기업들은 적대적 노사관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한다. 많은 나라가 협력적 노사관계로 바뀌었다. 한쪽만 이기고 또 한쪽만 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같이해야 한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액션이 필요하다. 양측의 공동 목표를 추구해야 신뢰구축이 가능하다." 

6일 산업자원부가 주관한 산업혁신포럼 2005에 참석한 제프리 페퍼 교수는 한국의 노사문제, 한국기업의 약점과 그에 대한 해법 등 한국의 기업과 기업문화 전반에 대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기업의 약점이 중앙집권적이며 가부장적인 기업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페퍼 교수는 "중앙집권적이고 가부장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중앙뿐아니라 하부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면서 "권한과 의사결정을 분산시키는 것이 한국기업들에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적대적 노사문제 해결이 한국기업의 가장 큰 과제"라고 전제하고 "한쪽만 이기고 또 한쪽만 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구체적인 액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페퍼 교수는 이밖에도 한국기업의 숙제로 ▲유연한 노동시장 조성 ▲기업의 자본과 힘의 분산 ▲중국에 대한 과도한 집착 탈피등을 꼽았다.

다음은 제프리 페퍼 교수와의 공동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한국의 노사관계 해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업의 조기퇴직과 부동산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한국의 대기업의 경우 노사문제로 많은 어려움 있다는 것 알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국가를 봤을 때 하나의 프레임 워크와 노사가 파트너십이 있는 경우에만 노사가 화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싱가포르, 뉴질랜드가 노사관계가 좋은데 노사가 적대적이지 않고 조화로울 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도 이렇게 노력해야 한다.

노사가 같이, 노동과 자본이 같이 흥망한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퇴직 후에 반드시 무엇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미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기업지원 연금프로그램을 줄여가고 있다. 월급을 받고 생활하면서 기업지원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자산을 마련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데 기존의 퇴직 후 리스크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아져간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부동산,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이 이 사람이 얼마나 일을 했느냐, 월급을 얼마나 받았었는지에 따라 연금을 받던 것이 이제는 사라져 가고 있다.

-파트너십, 노사관계화합은 명제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자가 경영자를 믿지 못하는 풍토가 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액션이 필요하다. 양측의 공동 목표를 추구해야 신뢰구축이 가능하다. 미국 기업의 경우 공동의사결정 기구를 가지고 있다. 채용, 해고, 전략수립에도 공동의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같이 많은 액션을 취하다보면 더 좋은 관계를 이룬다.

공동의 지배구조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위원회를 만들어 노사가 같이 참여, 협력한다. 노사가 같이 일을 하겠다는 신념을 보이는 조직이 성공한다. 미국에서는 한 회사의 임원이 직원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 당장 해고된다. 회사가 적대적 노사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다.

-미래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재미있는 질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 하나를 인용하겠다. “예측이란 참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때는 더욱 어렵다”는 내용이다.

역사적으로 산업사회의 발전을 볼 때 예측은 어렵다. 예측이 정확한 적은 없었다.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가에 대한 예측 하나도 안 맞았다. 15년 전의 예측에 의하면 비디오, DVD임대산업이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 이들 산업은 영화의 유통면에서 극장보다 훨씬 우월하다. 이것은 15년 전의 예측이 틀린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측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공공정책 쪽에서는 예측이 중요하다. 즉 다양한 종류의 씨가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줘야한다는 말이다. 하나만 심어 하나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씨가 함께 자랄 수 있는 환경조성, 물리적 인프라, 사회적 인프라 구성을 추진해야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벤처 잘 되도록 하는 자본지원 등이 있다.

경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에 대한 경쟁이다. 이민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또 이를 통한 노동시장의 개방이 중요하다. 미국의 성공원인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인력이 왔기 때문이다. 구글, 인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경우도 대표가 모두 외국사람들이다. 이렇게 개방된 노동시장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의 약점과 그에 대한 조언은?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이 성장과정에 있는 부분이 많다. 자동차, 전자 등의 분야는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생산, 제품품질, 혁신 등에 있어서 많은 발전 있었다. 특히 LCD등의 분야에서는 대단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일반화시키기는 조금 어려우나 한 가지 느끼는 바가 있다면 한국 기업이 아직도 너무 수직계급구조가 있지 않나싶다. 또 중앙통제와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업문화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당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듯하다. 지식기반산업은 조직의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의견들이 올 수 있다. 권한과 의사결정을 분산시키는 것이 한국기업들에게 좋을 듯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의견은.
▲사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을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유럽의 현상을 보면 많은 분들이 유럽의 문제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하나 직접적으로 꼭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

미국에서 아웃소싱에 대한 연구를 보면 구조조정이 기업의 근본문제를 해결은 못했다. 아웃소싱, 구조조정을 통해 남는 인력을 누군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영리한 미국기업들은 기업에서 안아야 할 비용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잘하고 있는 일이다.

건강보험, 연금, 실직연금 등 계산해보면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이나 그 비용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한국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법은?
▲한국의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질문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적대적 노사관계는 반드시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나라에서는 이것을 협력적인 관계로 잘 해결했다. 미국의 경우 노동계의 목소리가 거의 없다 여론조사하면 회사로부터 동떨어진 생각, 불행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놀라운 것은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정도가 회사에 해를 끼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직원이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쪽만 이기고 또 한쪽만 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같이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기업에 있어 자본과 힘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의 경우 앞으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될 텐데 매력적인 노동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 경쟁상대인 중국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된다. 한국의 인프라, 제도, 금융시장 등이 잘 정비된다면 일본, 중국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잘 돌아가게 한다면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된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1946년 생으로 학부와 석사과정을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이수,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페퍼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대와 버클리대에서 교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환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모교인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많은 경영자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해 많은 강의를 담당하였을뿐만 아니라 미국내 대학과 기업, 기타 단체들의 경영자 개발 프로그램을 담당해왔다.

또한 세계 21개국에 걸친 각종 경영자 세미나에서 강의와 발표를 수행하는 등 세계적인 경영자 개발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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